세계 실물경제-금융 모두에 충격… “파티, 11년만에 끝났다”

이건혁 기자 , 김자현 기자 , 조유라 기자

입력 2020-03-11 03:00 수정 2020-03-11 04:2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코로나19 확산]
저성장-무역전쟁 탓 체력저하… 글로벌 경제에 엎친데 덮친격
글로벌 공급체인까지 망가져… 금융위기 쇼크 넘어설 가능성
추가 금리인하 카드 효과 미지수… 각국 공조도 현재로선 비관적
“위기 극복까지 오랜 시간 걸릴것”





“파티는 11년 만에 끝났다.”

미국 매체 CBS는 9일(현지 시간) 미국 주요 지수가 7% 넘게 폭락한 뒤 이렇게 전했다. 미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딛고 2009년 이후 장기 호황을 구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유가 전쟁의 충격에 녹아내렸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과 함께 금융위기를 넘어선 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 정치 및 경제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복잡한 해법이 요구되고 있어 위기 극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가 환자로 치면 다중골절 상태라고 진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 금융 문제에서 비롯했다. 반면 이번 위기는 세계 경제의 실물과 금융 모두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가 휩쓴 중국과 한국의 실물경제가 마비상태로 치닫고,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유럽 경제도 그 초입에 들어서 있다.

알리안츠그룹의 수석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실물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 체인이 망가졌다. 이는 금융부문의 갑작스러운 위기로 시작된 2008년과 다른 점”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세계 경제의 기초 체력이 미중 간 무역전쟁과 저성장의 장기화로 약해진 상태다. 특히 수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린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매체 NBC는 “지난해 3분기 말 금융사를 제외한 미국 기업의 빚은 10조1000억 달러로 2013년 7조10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면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 등 경제대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빚을 늘려왔고, 미국은 최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양적 완화를 이어가며 시장의 버블을 키웠다”고 했다.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정부나 통화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소진 상태라는 것. 골드만삭스는 9일 뉴욕 증시 폐장 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제로(0) 금리로 되돌아가고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2008년 이후 이미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금리 상황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춰봤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지만 엿새 만에 뉴욕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게 단적인 사례다.

실물부문을 떠받칠 재정 여력도 충분치 않다. 유럽은 재정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채 안 됐고,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 위안(약 680조 원)을 풀었다가 지금까지 유동성 과잉으로 고생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간 공조도 현재로선 비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석유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이다 유가 30% 하락 사태를 야기했고,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전염병 차단을 위해 앞다퉈 국경을 닫아걸고 있어 공조를 위한 공간적 기반마저 막히고 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자현·조유라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