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내놔” 막무가내 어르신…나홀로 약국은 무섭다

뉴시스

입력 2020-03-10 15:54 수정 2020-03-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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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약사 혼자 있는 약국서 "왜 없냐" 언성
"특히 여성 약사들은 더 힘들고 공포스러워"
'오후 판매' 안내에도 문 흔들어 열고 난입도
"굉장한 스트레스"…국내 약 80%가 1인 약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마스크를 찾는 일부 시민들의 위협적인 행동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시민들은 혼자 있는 여성 약사에게 “왜 마스크가 없냐”고 언성을 높이거나, 점심시간 이후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놔도 문을 흔들어 열고 들어와 마스크를 찾는 위협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서울 서초구에서 1인 약국을 운영 중인 30대 후반의 여성 약사 조모씨는 전날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공적마스크를 달라며 위협했던 일을 털어놨다. 조씨는 약국을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일손이 달려 전날부터는 공적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입구에 안내문을 붙여 놓은 상태였다.

조씨는 “(전날) 오후에 70대로 보이는 남성이 약국에 들어와서 ‘왜 마스크가 없냐’, ‘왜 너 마음대로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아서 다른 손님들이 감염될 우려가 있으니 일단 다른 곳에서 마스크를 구매해 착용하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아랑곳 않고 언성을 높이다 결국 제 얼굴과 약국 사진을 찍고서야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하루에 수백 번씩 마스크 문의를 받느라 힘든데, 이런 상황까지 겪으면 1인 약국에서 혼자 일하는 약사들, 특히 저같은 여성 약사들은 더 힘들고 공포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에서 아내와 함께 교대로 1인 약국을 운영하는 A(34)씨도 전날 있었던 불쾌한 상황을 토로했다.

당시 A씨의 약국에는 마스크가 250장 입고됐고, A씨와 그의 아내는 모두 출근해 점심식사도 미루고 약국 문을 잠시 닫은 상태에서 마스크를 2장씩 소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면서 1인당 일주일에 2장씩 마스크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정 탓에 A씨는 약국 내부 불도 다 꺼놓고, 문 앞에 ‘점심시간이어서 오후 2시부터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와 마스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어제같은 경우 (문을) 흔들어서 열고 기어코 들어와서 마스크 있냐고 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연령대가 많다. 최소 40대 이상인데, 특히 어르신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안내문을 붙여놔도 무작정 들어와 마스크를 찾는 경우는 최근 잦은 일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하루에 대략 100건 이상의 마스크 관련 전화·방문 문의를 받는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뉴시스와 대화를 하면서도, 동시에 수차례 마스크 관련 문의전화를 응대했다.

특히 위협적인 상황들은 여자 약사들에게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1인 약국이 아니더라도 약사들 채팅방에서 보면, 조금만 손님한테 거슬리는 말을 했다 싶으면 무조건 동영상 촬영을 켜는 식으로 협박을 하더라”라며 “다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씨도 “저는 그래도 남자라서 (위협적인 상황이 적지만) 특히 여자 약사들이 그런 걸 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전체 약국 중 1인 약국은 8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약국은 공적마스크 구매 문의와 관련 업무로 처방조제 등 주요 업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약사들이) ‘약국 문을 여는 것이 겁이 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신분증 확인·2매 소분 등 5부제 시행 국민 협조 ▲‘나는 OK, 당신 먼저’ 캠페인 동참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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