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국제유가 20달러 붕괴될 수 있다”

뉴시스

입력 2020-03-10 09:34 수정 2020-03-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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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생산 유지 의사 표명…사우디 증산 규모에 따라 치킨게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 OPEC간의 원유 감산이 실패하면서 치킨게임이 시작되자 국제유가의 급락이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이번 유가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최대 배럴당 20달러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4.6% 폭락한 배럴당 31.13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걸프전이 반발했던 1991년 이후 약 30년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24.1% 하락한 배럴당 34.46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의 폭락은 OPEC과 러시아간의 감산합의 실패의 영향이다. 지난주 OPEC은 러시아에게 기존의 일일 210만배럴 감산에 대한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2분기 일일 150만배럴을 추가로 감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원유 생산을 줄여봤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난다며 이를 거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OPEC과 러시아가 추가 감산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4월 원유 공식 판매가격을 낮추고, 증산을 발표하자 그 하락 폭은 더 확대됐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규모는 10~20% 수준이다. 실제로 해당 규모의 증산이 이뤄질 경우, 지난 2014년부터 2016까지 이어졌던 사우디발 원유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에 거래될 것이며 최대 20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 시기는 사우디와 러시아간의 재협상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크로 여건을 고려할 때, 사우디의 증산 행보는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전략”이라며 “OPEC의 감산 종료로 유가 하단 지지 요인이 소멸됐다”고 말했다. 또 전 연구원은 “상반기 중 WTI는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당장 합의가 나올수 없고, OPEC 정례회의는 오는 6월10일에나 열린다”며 “지난 2016년 유가 급락 경험으로 실제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이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가 일일 1200만배럴 생산에 복귀하면 유가는 20달러를 하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증산을 시사한 만큼 다른 OPEC 산유국들도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며 “유가의 연쇄적 낙폭이 시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상반기 최소 배럴당 30달러에서 최대 5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도 셰일오일 생산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당분간 유가 하락은 불가피해보인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원유증산에 대해 “유가시장을 조작하고 충격을 주려는 행위”라고 표현하며 “미국은 세계 최대 유가 생산국으로써 이러한 변동과 충격에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증권사들도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사태로 이미 중국의 원유 수요가 약 20% 가까이 감소했고, 유럽과 미국의 수요도 감소 추세기 때문이다.

프란시스코 블랑치 보파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의 실패가 힘을 합쳐 미국 셰일과 싸우는 것인지, 서로의 힘겨루기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시장이 안정되기 전에 브렌트유가 2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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