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제한前 마지막 비행기 잡아라”… 김포-하네다공항 종일 북적

동아일보

입력 2020-03-09 03:00 수정 2020-03-0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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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입국 제한]
한일 9일부터 상호 비자면제 중단


일본행 여객기 기다리는 김포공항 승객들 8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승객들이 일본으로 떠나는 여객기의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9일부터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했다. 앞서 일본 정부도 5일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일가족 4명이 다급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근 일본 소재 기업에 취업한 20대 여성 A 씨가 출국하는 길에 가족들이 배웅을 나온 것이다. 당초 A 씨는 15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급하게 8일로 출국을 앞당겼다고 한다. A 씨는 “오늘(8일) 일본 입국자까지는 격리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부모님과 남동생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일본 정부가 9일부터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를 중지하고 기존 발급된 비자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5일 발표하자 한국 정부도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양국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8일 한일 양국의 공항은 ‘막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김포공항에서는 일본행 승객들이 크게 줄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날 취재진이 김포공항에서 만난 탑승객 8팀은 모두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출국을 앞당긴 승객들이었다. 일본 취업자와 유학생, 주재원 등 일본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일본 입국이 어려워지기 전에 급하게 티켓을 변경했다”고 했다.

일본 가나가와대 유학생 김모 씨(24)는 “4월 개학을 앞두고 나리타공항을 이용해 입국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와 너무 멀다”며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말라고 하니 사실상 9일 이후에는 오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왔다가 일찍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 조카와 아쉬운 작별을 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정모 씨(51)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때문에 가족끼리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짜증스럽다”고 했다.

일본 하네다공항도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3층 출국장에서 만난 정유림 씨는 “엄마를 보러 온 딸이 23시간 만에 돌아가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9일부터 하네다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지고, 나리타공항에서 출국하려 해도 티켓 가격이 2배로 뛰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9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안 되기 때문에 출국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는 일본인 대학생 사토 겐타로 씨도 “이웃 나라인데 갑자기 이렇게 통행이 불편해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일본 정부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를 측근에 지시한 것은 발표 하루 전인 4일 오전이었다. 국토교통성은 6일이 돼서야 각 항공사에 한국,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나리타와 간사이공항을 이용토록 운항 계획 변경을 요청했다.

일본 대학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일본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은 1만7000여 명. 대학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4월 1일 이후 일본에 건너오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일본 대학의 개학은 4월 첫 주. 만약 일본 정부가 대책을 연장한다면 개학 날짜, 등록금과 기숙사 문제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전채은 / 김포=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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