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학원 휴원… 중소형은 되레 특강

최예나 기자

입력 2020-03-09 03:00 수정 2020-03-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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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형 중심 현장점검” 압박에 메가스터디-종로학원 등 휴강 연장
일부 중소형, 단속 사각지대 악용… “여름방학 단축 대비” 강의 홍보
교육부 “규모 작은곳도 합동점검”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6일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3월 둘째 주에 영업을 하는 곳은 현장 점검을 하겠다”고 밝히자 대형 학원 대부분이 이번 주 휴원을 택했다. 메가스터디교육과 종로학원은 2월 마지막 주에 휴원했다가 재수생 대상의 경우 2일부터 자율 등원 형태로 개강했지만, 다시 15일까지 휴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형 학원들은 휴원은커녕 “개학 연기 기간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특강까지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들 학원은 단속 사각지대를 이용해 학교에 가지 않는 오전 시간에 특강을 열고 있다.


○ ‘코로나19’ 기회로 삼는 학원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고교생 대상 A학원은 ‘9일부터 오전에 수학 특강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특강 명목은 ‘여름방학 단축 대비’. 개학이 3주 연기돼 여름방학이 줄어드니 여름방학 특강을 미리 하겠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서 시간이 남는 오전에는 특강을 하고, 저녁에는 기존 시간표대로 강의를 한다. 학부모 A 씨는 “학원에서 ‘지금이 아니면 추가 수업을 할 시간이 없다’고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코로나19를 기회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고교생 대상 B과학학원도 9일부터 오전에 추가로 특강을 한다. 이 학원은 ‘학생 안전을 위해 현장 강의 참여가 어렵다 판단되면 강의 영상을 유튜브 채널로 보내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무리한 현장 강의를 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수강료를 챙기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학부모 B 씨는 “온라인 강의는 질문하기도 어렵고 집중도도 떨어지는데, 학원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대신 수강료를 내라는 취지”라며 “그러다 보니 엄마들이 아이를 그냥 학원으로 보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C학원은 개학이 추가로 연기된 2주 동안 고1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독서활동 특강’을 한다. 시간은 오후 2∼5시. 개학을 했다면 수업이 불가능한 시간이다.


○ 불안감 조성에 교육부 “현장 점검하겠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기를 기회로 악용하는 일부 학원의 특강에 학부모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학원은 학교와 달리 휴원을 강제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이런 학원의 행태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불안감 조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방역을 위해 자녀를 학원에 안 보내기로 결심한 학부모들까지 ‘우리 애만 노는 건가’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녀를 재수시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재수종합학원은 주로 대형 학원이라 대부분 6일 교육부의 발표 이후 휴원 연장을 결정했다. 11일부터 정상 운영하려던 대성학원도 15일까지로 휴원 기간을 늘렸다. 학부모 C 씨는 “갑자기 대형 학원 위주로 휴원을 한다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8개월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불안과 불만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8일 “특강을 하는 학원은 규모가 작아도 경찰, 교육청, 국세청과 합동 점검을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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