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사가 수집한 우리 ‘전통 혼례복’, 지난달 고국 품으로

뉴시스

입력 2020-03-06 15:44 수정 2020-03-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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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이후 민간에서 사용하던 전통 혼례복이 독일 수도원에서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희소성이 있는 유물로 당시 시대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4일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이 소장하던 ‘혼례용 단령’이 재단에 기증돼 같은 달 25일 국립민속박물관에 인계됐다.

이번에 돌아온 ‘혼례용 단령’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6년부터 2년 동안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2018년 국내로 들여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단령 두 점 중 한 점이다.

기증된 단령은 1960년을 전후한 시기에 사용했던 남성용 혼례복으로 1959년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서 경북 칠곡의 왜관수도원으로 파견된 독일인 보나벤투라 슈스터 수사(Br. Bonaventura Schuster·한국명 주광남)에 의해 수집됐다.

겉감은 비단이고 안감은 1960년대에 유행한 인조비단(비스코스레이온)을 사용한 단령으로 6·25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개량화된 복식이다. 당시 시대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보나벤투라 수사는 1984년에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으로 복귀한 뒤 1987년 선교박물관에 해당 단령을 기증했으며 1990년 다시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와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테오필 가우스(Theophil Gaus)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장은 지난해 12월 이 단령의 유물상태를 고려해 한국에서 연구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재단에 전하고 지난달 정식 기증했다. 이로써 해당 선교박물관은 조선시대 보군이 입었던 ‘면피갑’을 2018년 국내에 기증한 데 이어 한 번 더 문화재를 반환했다.

복식사 전문가들은 이 단령이 관복용 단령이 아닌 6·25전쟁 이후 민간에서 사용했던 남성 혼례용 단령으로 오늘날 국내에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준석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관은 “전시로 인해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됐고 현지 수장고 시설이 열악해 직물 손상이 매우 심했다”며 “앞으로 1960년대 혼례복 연구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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