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면옥 건물 결국 철거된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20-03-05 03:00 수정 2020-03-05 15:3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세운지구 정비구역 대거 해제
도시재생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공공임대-문화산업센터 등 추진
양미옥-조선옥 개발안 확정안돼


서울시가 1년이 넘는 장고 끝에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일대를 개발하는 대신 보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세운지구 재개발의 전면 재검토 논란을 일으켰던 노포(老鋪) 을지면옥의 현재 건물은 결국 철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시는 4일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세운지구 171개 정비구역 중 사업이 추진되지 않은 152개 구역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해당 구역은 도시재생 방식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 정비구역 171곳 중 152곳 해제


서울시는 2014년 3월 세운상가 일대를 171개 중·소규모 지역으로 쪼개 분할 개발하는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4일 발표한 대책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흘러 일몰 시점이 지난 2구역(35곳)과 3구역(2곳), 5구역(9곳), 6-1·2·3·4구역(106곳) 등 152곳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다.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나머지 지역은 그대로 추진한다.

서울시는 정비구역을 해제한 지역에 도시재생활성화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화장실과 제대로 된 소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낡은 건물을 고치고 주차장과 도로를 넓힌다. 세운지구 내 서울시와 중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갖고 있거나 기부 채납받은 부지 등에 기계 정밀, 시계, 인쇄, 공구 등 기존 산업을 보전하는 거점 8곳을 만들 계획이다. 거점에는 공공임대상가 700실 이상을 만들어 기존 상인들이 입주할 수 있게 한다.

○ “을지면옥 현재 건물은 철거”


1985년 을지로에 자리 잡은 전통의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의 현재 건물은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5년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노포 을지면옥 을지다방(3-2구역), 양미옥(3-3구역), 조선옥(3-8구역) 등을 동의 없이 강제로 철거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박 시장도 “도시를 개발해도 전통적으로 살려야 하는 부분은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4일 “을지면옥 소유주를 직접 만났는데 건물 실체를 보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을지면옥은 철거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주변 상가들은 재개발되는데 을지면옥만 그대로 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건물을 그대로 보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을지면옥 측은 현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하는 조건으로 인근 신축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상금 액수를 두고 시행사와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을지면옥 건물주가 서울시와 중구에 중재를 요청한 상황이라 건물 철거는 토지 보상, 세입자 보상 협상이 끝난 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양미옥과 조선옥의 개발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세운지구 일대는 대부분 보전하기로 했다. 세운지구는 2006년 10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 고층 주상복합 건설 등을 추진했지만 문화재청이 ‘종묘 인근 고층 건물은 안 된다’며 반대했고 2011년 박 시장이 취임한 뒤 무산됐다. 박 시장이 2014년 3월 업무시설, 아파트, 상가 등을 짓겠다고 추진한 계획도 약 6년 만에 상당 부분을 수정하게 됐다. 서울시는 다음 달까지 일몰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이후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올 10월 마칠 계획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