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연기하려면 선수금 800만원 내세요”…예비 신혼부부 난감

뉴스1

입력 2020-03-03 08:51 수정 2020-03-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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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월 중순 자녀 결혼식이 예정돼 있던 A씨는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하면서 결혼식을 미루기로 했다. 자녀들의 건강이 가장 걱정됐지만 손님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웨딩홀에서는 결혼식을 연기하려면 위약금을 물거나 선수금 800만원을 내야한다고 통보했다.

#2. 오는 7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혜원(가명·29)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예식을 취소하려 했지만 ‘위약금 면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떠안을 자신이 없는 혜원씨와 예비 신랑은 결국 식을 3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까 노심초사하며 “예식을 또 다시 미뤄야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2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예식 환불·변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예식서비스 및 국외여행 관련 위약금 관련 상담 건수가 2700건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발동동…속타는 ‘예비 신랑·신부’

대부분의 예식장에서는 결혼식을 취소할 경우 기존 위약금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지진·홍수·태풍 등의 천재지변에 의한 재난이 아닌 ‘사회 재난’으로 분류돼 환불 규정 등에 대한 명확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 신도림 소재 한 호텔 예식장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전체 금액의 35% 위약금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기존에 제시한 보증인원을 감면해준다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예비 신랑·신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양재역 인근 한 예식장은 다음달까지 예약된 결혼식에 대해 연기가 가능하도록 조정했지만, 이 역시 35%의 위약금을 지불한 후에 진행이 가능하다. 서울 논현동 소재 예식장 역시 계약금·위약금을 지불하면 기존 일정이 없는 날짜에 예식 일정 조정한다.

결혼을 앞둔 김모씨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예식장도 타격이 클 것 같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국가에서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는데 기존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모두 내라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웨딩업계 위약금 규정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단순 변심이 아닌 불가피한 상황에서 예식장에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무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청원인은 “이 시국에 임산부일 수도, 어린 아이의 부모일 수도, 고령자일 수도 있는 하객들을 어떻게 불러 모을 수 있겠냐”면서 “단순 변심 취소에 해당하는 위약금 규정을 고수하는 것이 타당한지 공정위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예식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결혼식 진행 방침을 수정해 ‘착한 예식장’으로 떠올랐다. 더채플앳청담, 아펠가모, 강동 루벨 웨딩홀을 운영하는 ㈜유모멘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 한해 1회 예식 일시 변경이 가능토록 했다. 또한 3~4월 중 예식을 취소할 경우에는 당초 계약서 약관에 명시된 위약금의 ‘50%’를 감면하기로 했다.

◇특급호텔은?…“취소 문의 드물어…일정 ‘연기’ 문의만”

일반 예식장과 달리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정 연기 수수료 없이 결혼식 날짜 변경을 진행해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호텔 결혼식의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어 결혼식을 ‘취소’하기 보다는 일정 ‘변경’ 문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의 경우 연기 수수료와 일정 제한 없이 결혼식 날짜를 조정해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울 시청 인근 ‘더 플라자호텔’은 오는 8월까지 결혼식을 연기하는 고객에 한해 추가 금액없이 일정 변경을 진행한다.

롯데도 3~4월 봄 시즌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소공점·잠실점에서 결혼식을 앞둔 고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비용 없이 예식 연기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사전에 합의된 ‘보증 인원’이나 결혼식 규모 조정 역시 위약금 없이 무료로 진행 중이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별도의 위약금 없이 예식 10일 전에 결혼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취소 시점에 따라 위약금이 10~35% 부과되는 기존 공정위 규정보다 완화된 셈이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호텔식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일정 ‘취소’ 대신 ‘연기’ 문의를 주는 편”이라며 “위약금 조항의 경우 공정위 지침에 따라 기존 방침을 유지하지만 부득이 한 상황인 만큼 고객들의 상황을 고려해 추가 수수료 없이 결혼식 연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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