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장 가량 공급했지만…‘마스크 대란’ 반복, 이유는?

세종=주애진기자 , 김상운기자 , 사지원기자

입력 2020-03-02 18:21 수정 2020-03-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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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부가 연일 공적으로 확보한 마스크 500만 장 가량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지만 마스크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마스크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적 마스크만 공급하면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주고 있다. 마스크 공급만이 능사가 아니라 수요 관리를 병행하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일 출하된 공적 마스크는 587만7000장.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는 등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리면서 하루 목표치 500만 장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도 약국,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마스크가 들어오기 무섭게 동이 났다.

정부가 마스크 공급을 늘리는데도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하루 1200만~1300만 장인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근본적으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생산량으로는 15세 이상 인구(4549만 명, 통계청 2020년 인구추계) 중 3분의 1만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해도 이를 충당하지 못한다.

해외에서 마스크를 수입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려 일반·의료용·N95 마스크를 하루 1억1600만 장씩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일본도 이달 초부터 마스크 부족 사태를 겪어 국내 생산을 24시간 체제로 강화하는 등 생산량을 3배로 늘렸지만 마스크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생산능력과 수입 여건을 감안할 때 국민들 모두에게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1인당 마스크가 얼마나 필요한지 수요 추계조차 않은 상태에서 공적 공급 확대에만 ‘올인(다걸기)’한 까닭에 오히려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농협에서 ○○만 장을 판매한다’ ‘우체국에서 ○○일부터 공급한다’는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불안한 시민들이 대거 몰린 탓에 오히려 가수요를 자극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때가 아니면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마스크 전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노약자 등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각국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수요를 줄이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운영 책임자인 제롬 애덤스 단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마스크 구매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마스크를 못 구한다면 의료진과 우리 사회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며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최선의 길은 정기적으로 손을 씻는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국(CDC)국장 역시 최근 크리시 훌라한 민주당 하원의원으로부터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써야하나”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크는 가벼운 코로나19 증상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만 권장한다”며 “마스크는 가벼운 코로나19 증상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권장한다”고 했다.

대만은 개인들의 마스크 구입을 통제함으로써 수급에 숨통을 틔우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개인별 구매 이력을 전산화함으로써 약국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쓸어 담는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다. 한국도 1인당 5장으로 공적 마스크 구매를 한정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나 샀는지 파악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의료계는 보건당국이 공급 관리뿐만 아니라 수요 관리에도 적극 나서야한다고 지적한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의약품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등록하면 구매기록이 약국에 공유돼 중복 구매를 막을 수 있다”며 “마스크도 DUR에 등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생산량뿐 아니라 수요관리도 필요해 유통망 공급 등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마스크 유통이 잘 안 되면) 이번 주말께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사지원기자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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