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가 남느냐, 우리가 남느냐"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3-02 03:00 수정 2020-03-02 08:4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3040 과학자-공학자들 융합연구… 온난화 등 해결 위해 머리 맞댄다


사람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된다. 이 염기들의 배열순서(염기서열)에 따라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염기서열을 알아낸다면 질병이라는 생명활동의 원인도 알아낼 수 있다.

1985년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에서는 과학자들이 모여 처음으로 사람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론 염기서열 30억 개를 하나하나 해독하는 것은 큰 난제였다. 하지만 인류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0년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6개국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를 시작했고, 예상됐던 기간인 15년보다 2년 앞당겨 사람 DNA의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아직까지 인류는 암을 정복하지 못했고, 우주의 기원 또한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조그만 세포 덩어리 하나가 어떻게 인간이 되는지 아직 밝히지 못했고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결과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난제 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이 곧 시작된다. 30대∼40대 초반 젊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모여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문제를 고민하고 이 가운데 해결이 꼭 필요한 난제를 뽑아 함께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연구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4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암 정복과 지구온난화 해결을 도전할 만한 과제로 보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암이 어디로 전이될지 예측하고 억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방안도 아직 없다. 지구온난화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얼마나 높아질지 예측하는 방법도 아직 도전거리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훌륭한 연구는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질문’을 먼저 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테면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난제 연구는 ‘수명은 길어졌지만 과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유럽과 일본 등 각국도 노벨상 수상자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건강한 노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가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미래융합포럼에서 “삶의 환경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 수명도 함께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일치시킬 방안을 마련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애주기 정보를 바탕으로 노화 억제 방법과 역노화 메커니즘 규명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성과 비교할 때 남성은 상대적으로 단명하는데 이런 수명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정보고등연구기획청(IARPA)은 2016년 이른바 ‘뇌 분야 아폴로 프로젝트’라 불리는 ‘미크론’ 프로그램에 1억 달러(약 1216억 원)를 투자했다. 쥐의 뇌를 1mm³ 단위까지 관찰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가동원리를 찾는 게 목적이다. 유럽은 2014년부터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광합성과 뉴로 컴퓨터 분야에, 일본은 2019년부터 ‘문샷’ 프로젝트로 지구온난화 해결과 사이버테러 방지에 도전 중이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와 ‘AI 문샷’ 등을 통해 항공우주와 양자컴퓨팅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과학기술 석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내달 ‘과학난제 도전 협력지원단’을 설립하고 기초과학과 공학을 융합한 9개 연구 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2곳이 선정될 예정이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