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지방 분양시장까지 비상…상반기 공급 단지도 타격

정순구기자

입력 2020-02-26 16:42 수정 2020-02-26 17:2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방 분양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다음 달 분양 예정이던 단지들의 사업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상반기(1~6월) 공급 예정인 단지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월 초 분양 예정이던 대구의 A단지는 사업 진행을 위한 회의가 전면 중단됐다. 이미 사전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광고·홍보, 분양 승인 등을 위한 회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하는 시기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이 미뤄지면 홍보 전단이나 현수막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데다 본보기집 임대 비용이 늘어나는 등 손해가 막심하다”며 “대구는 물론이고 다른 지방에서 분양을 준비하는 사업지도 대부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분양이 지연되는 사례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보다 지방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인기 지역은 워낙 수요가 많아 특별한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도 흔히 말하는 ‘완전 판매(완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 팔달8구역 재개발사업인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가 대표적이다. 대우건설과 SK건설은 이달 14일로 예정돼 있던 본보기집 개관을 취소하고 ‘사이버 본보기집’으로 대체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 일정 자체를 미루지 않고 본보기집 개관만 취소한 것은 완판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며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이라 불릴 만큼 인기 높은 지역에서 분양되는 단지라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사전 영업부터 광고, 홍보, 본보기집 개관까지 전방위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판매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지역 내 수요자들이 가진 청약통장 개수가 부족한 탓에 흔히 ‘줍줍’이라고 부르는 미계약 물량의 판매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본보기집 개관이 이뤄지지 않으면 잠재적인 고객 수요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지난주 강원에서 본보기집을 연 B단지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의 본보기집 개관 직후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관람객의 발길이 끊길 수밖에 없었고, 분양 관계자들은 관람객 수가 너무 적어 집객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포기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본보기집 개관을 강행하기 쉽지 않다”며 “문을 열어도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홍보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3~6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분양 예정 물량은 총 51개 단지, 4만6702채다. 3~4월 분양 단지들은 물론이고, 5~6월 분양을 계획하는 곳들도 지금쯤에는 사전 영업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현재 모두 중단됐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분양 일정 자체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상반기 지방 분양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주요 지역은 규제 때문에 분양 물량이 많지 않고, 지방에서 그나마 공급이 많았는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예상보다 힘든 상황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