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품귀에 병원마저 비상… “의료용 재고 사흘치만 남아”

한성희 기자 , 김소민 기자, 위은지 기자

입력 2020-02-26 03:00:00 수정 2020-02-28 16: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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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구입, 하늘의 별따기
전국 마트-약국마다 ‘마스크 품절’… 평범한 시민들도 웃돈거래 나서
카톡 등 ‘마스크 거래방’ 100개 넘어… “돈 부쳤더니 잠적” 피해도 속출


‘마스크 품절’ 언제 끝날까 25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마스크 판매대에 ‘재고가 없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증하면서 마트나 약국 등에서 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을 구하는 게 무척 어려워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엔 업자들끼리 마스크 확보 경쟁이 붙었어요. 하지만 요즘엔 다들 평범한 시민들이 연락해선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고 합니다.”

수도권에서 보건용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뒤 직접 마스크를 구입하겠다는 일반 가정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가 국내에서 마스크 구매를 ‘하늘의 별따기’로 만들고 있다. 마트나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시민들이 직접 생산 공장을 찾거나 온라인 불법매매에도 뛰어들고 있다. 현장 의료진마저 마스크 부족으로 애가 타는 실정이다.



○ 가정 너머 병원까지… 마스크 부족으로 시름

공장까지 연락한 시민들은 마음이 급하다. A 씨에 따르면 24일 한 주부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개당 4000원에 주문했다. 이 마스크 생산단가는 개당 300원이다. A 씨는 “가격이 너무 치솟았지만, 이것도 못 구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이마트 왕십리점. 개점 전부터 시민 50여 명이 줄을 섰다. 직원이 “마스크 재고가 없다”고 알려도 소용없었다. 오전 10시 문을 열자 시민들은 무작정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마스크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양인선 씨(75·여)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복대까지 차고 나왔는데 한 개도 못 구했다”고 했다.

오후 3시경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인근 약국 6곳도 마찬가지. A약국을 운영하는 이은경 씨(58·여)는 “마지막 마스크가 들어온 게 일주일 전이다. 개당 500원이던 마스크를 2000원을 불러도 구하질 못한다”고 토로했다.

병원들도 난리가 났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지난달 일회용 수술용 마스크를 구입한 뒤 한 달가량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이지만, 현재 남은 마스크는 보건용을 합쳐도 약 5만 개. 의료진이 쓰는 방역용 마스크(N95)는 재고가 1000여 개뿐이다. 병원 관계자는 “사나흘이면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 고신대복음병원도 재고가 빠듯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은 매일 오전 물류팀이 마스크 수급 상황을 보고한다. 대구 경북대병원은 의료진이 아닌 행정 직원에겐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6일 0시부터 시행되는 긴급수급조정조치에 수술용 마스크를 포함시켜 의료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 건강 우려로 돈벌이… 사기 피해도 속출

마스크 품귀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도 늘었다. 보건당국이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을 시작한 5일 이후 마스크 거래를 위한 소셜미디어 단체대화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일 전후 20여 개였던 대화방이 현재 100개를 훌쩍 넘겼다.

한 업자는 “단속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거래 방식이 더욱 교묘해졌다”고 귀띔했다. 단속 이전 판매자들은 글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 요즘은 일대일 대화만 가능한 또 다른 대화방 주소를 남긴다. 재빨리 거래한 뒤 곧바로 방을 ‘폭파’해버린다. 한 판매자는 메신저 대화에서 “오늘(25일) 오전 개당 5000원에 500장을 팔았다”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 위주로 받고 있다”고 했다.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사기꾼도 많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관호 군(15)은 “소셜 미디어 글을 보고 용돈을 털어 18만 원을 입금했는데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대구대 학생 이모 씨(24·여)는 “대구에 확진자가 늘자 불안해 모바일 중고거래로 40개를 구매하려 10만 원을 부쳤는데 잠적했다”며 분개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공간에서 마스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피해 방지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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