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셔츠는 잠시만 안녕 코트-재킷 레이어드로 멋내세요

동아일보

입력 2020-02-21 03:00 수정 2020-0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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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뭐 입지?] 실용성 갖춘 ‘하이브리드 상품’ 시대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패션연구소에 근무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 계절에 무얼 입어야 하냐는 스타일링 조언이다. 슈트 차림이 정석처럼 여겨지는 금융, 컨설팅 등 딱딱한 분위기의 업계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타이나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요령을 포함해 구체적이고 밀도 있는 조언을 구한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패션 업계에서는 나름의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돼 왔다. 럭셔리와 만난 스트리트 패션이 압도적인 인기를 끌면서 경직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개성 표현이 가능한 이른바 ‘캐주얼라이징’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장 속도가 더딘 남성복 슈트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의 코트와 재킷을 레이어드한 스타일링.
전장에 뛰어드는 장수의 전투복처럼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이제 슈트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기능성을 갖추고 편안하고 자주 입을 수 있으며 관리까지도 쉬워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유연화된 근무 환경에 맞추어 엄격한 드레스코드를 완화하는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에 거리낌이 없는 젊은 비즈니스맨의 출현이 이런 현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미 작년에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온라인 패션 사이트 ‘미스터 포터’의 협업으로 모던 오피스에 어울리는 새로운 근무복 차림을 제안하기도 했다. 타이와 커프스를 단단히 채우는 차림은 2020년 우리를 위한 ‘오피스 유니폼’으로는 어울리지 않다.

다가오는 봄, 새로운 출근복 스타일링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해본다. 출근복을 새로 구입할 예정이라면 무엇보다도 얼마나 자주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인가를 따져 보길 바란다. 구김이 덜 가는 소재에 스트레치성까지 높여 활동성을 보장한 슈트는 출근길은 물론 출장 상황에서도 비즈니스 매너는 지키되 스타일은 잃지 않도록 돕는다.

세탁기 사용을 할 수 있는지, 별도의 다림질은 필요 없는지 등 관리의 편의성도 따져 보고, 재킷 포켓의 수납력이나 정장 바지에도 자주 사용되는 허리 밴딩 등 착용하는 이를 위해 고안된 세심한 디테일까지 두루 살펴봐야 한다.

컬러와 소재에 대해서도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옷장 안에 이미 갖춰져 있을 직장인의 필수품인 네이비와 그레이 울 소재를 벗어나 조직감이 있는 잔잔한 체크 패턴 혹은 코튼 소재로 된 여유 있는 핏의 캐주얼 슈트를 선택해 보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입춘은 지났지만 변화무쌍한 초봄의 날씨를 고려한다면 가벼운 코트를 재킷과 레이어드 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이다. 패턴이 들어간 재킷 위에 같은 컬러 계열의 단색 코트를 겹쳐 입으면 살짝 드러나는 패턴이 경쾌해 보인다.

특히 베이지 계열의 하프 기장 싱글 코트는 하나쯤 장만해 두면 오래 입을 수 있는 클래식 아이템이다. 경량 소재에 스치는 빗방울을 튕겨낼 수 있는 발수 가공까지 되어 있다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적절한 기능성까지 갖췄다 할 것이다.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

슈트 이너로 타이와 셔츠 대신, 라운드 넥 티셔츠나 폴로셔츠 등을 골라 보는 것도 센스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착장의 편안함이 업무 성과를 올리고, 효율적인 근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 다른 연출이 가능한 아이템들이 자주 눈에 띈다. 어떤 자리에도 잘 어울려 두루 입을 수 있는 범용성이 뛰어난 아이템들은 전형성을 벗어난 형태들이 많다. 재킷 안에 받쳐 입을 수 있는 셔츠 같은 외형이지만, 가볍게 걸쳐서 캐주얼한 점퍼를 대신할 수 있는 ‘셔킷’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아이템으로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끌어왔다. 기능성을 우선시한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올해는 셔츠보다는 가벼운 점퍼 형태에 더 가까운 셔킷이 등장하고 있는데, 큼직한 아웃 포켓이 달린 코치 재킷을 닮은 셔킷을 선택한다면 쌀쌀한 날에는 코트를 레이어드해 이너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말에는 캐주얼한 티셔츠 위에 걸쳐 입고, 컬러 계열을 맞춘 캐주얼한 치노팬츠와 스니커즈를 매치해 경쾌한 반전 매력을 뽐낼 수도 있다.

옷장 속에 보유하고 있는 옷이 늘어날수록 그 옷을 선택하고 착용하는 횟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과잉 소비에 대한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의식주라는 당연한 단어보다 의류를 금융이 대신한 식주금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좋은 소재로 오래 두고 입을 수 있고, 어느 계절 어느 자리에도 두루 활용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의 선택이 아닐까?

다가오는 봄, 전형적인 슈트 차림에서 벗어난 작은 스타일링 변화로 업그레이드된 일상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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