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력 위한 상생법이 규제법 돌변”… 한경연 세미나, 학계 쓴소리 이어져

허동준 기자

입력 2020-02-20 03:00 수정 2020-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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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조항 많아… 심층 검토해야”

“미팅하면 결혼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냥 헤어지면 기술 유용이 된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논의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협력법)’에 대해 학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상생협력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고 “독소조항이 많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심층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물품과 유사한 물품을 만들거나 거래처를 바꿀 경우 기술을 유용했다고 추정하고, 대기업이 ‘유용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현행법과 달리 거래 당사자의 분쟁 조정 신청 없이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중기부에 힘 있는 장관이 오더니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협력관계 도모를 위해 도입된 상생협력법이 규제법으로 돌변했다”고 성토했다. 최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기부의 중복 조사가 가능하고 조사시효 규정이 없어 오래전 사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조동근 교수는 “서로 이득이 되니 거래를 하는 건데 정부가 대기업은 강자, 중소기업은 약자로 규정하고 구속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도 관료들이 참고하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얄팍한 지식에 대해 겸손하면 좋겠는데 이를 무기로 삼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연구교수는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는 위탁기업(대기업-중소기업 거래에선 대기업)에 입증 책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 침해에 대한 하도급법,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이 있는데 규제법을 또다시 제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중복 규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소란도 있었다. 노형석 중기부 거래환경개선과장이 “입증 책임의 전환에 대해 해명하겠다”고 하자 사회를 맡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중기부가 토론회를 개최하면 참석하겠다”며 발언을 제지했다. 양 교수는 “중기부는 기업의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있는 단체인데 법적으로 규정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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