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만 봐도 제네시스 알 수 있도록” 럭셔리 브랜드 자신감의 근원은…

전승훈기자

입력 2020-02-19 14:15 수정 2020-02-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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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병은 깨진 조각만 봐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만져보면 코카콜라라는 걸 알죠.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것은 바로 두 줄(Two Line)입니다. 낮이나 밤이나 두 줄의 헤드램프가 반짝이는 걸 보면 제네시스라는 걸 알 수 있게 하겠습니다.”

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차기술연소에서 만난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며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자신이 누구냐’는 정체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발표된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인 GV80의 돌풍이 거세다. 이 차는 2016년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상엽 전무가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한 첫 작품이다. 그는 벤틀리, GM, 폭스바겐 등 25년간 8개국 15개 브랜드 디자인을 맡아온 인물로 2016년부터 전격 영입돼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전세계 명품 브랜드 차는 보통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어요. 제네시스라는 카 브랜드가 있건 없건 간에 전세계 럭셔리 카 마켓에는 전혀 지장이 없거든요. 신생 브랜드로서의 레거시를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은 브랜드가 곧 디자인이라는 생각으로 임팩트를 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디다스의 ‘세 줄’, 나이키의 ‘휘어진 호선’처럼 제네시스의 ‘두 줄’은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면부의 양쪽에 가느다란 두 줄로 된 쿼드램프는 측면 보조등(깜빡이등)과 후면등까지 같은 라인의 2개의 선이 이어져 GV80 전체를 감싸는 형상이다.


“제네시스는 엠블램의 날개 형상을 통해서 디자인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유니크하죠. 엠블럼의 몸통은 전면부 중앙의 크레스트 그릴로 장착됐고, 날개는 두 개의 줄로 형상화 됐어요. 차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밤에는 볼 수가 없잖아요. 전면, 바디, 후면까지 돌아가는 가느다란 두 줄의 조명에서 밤에도 제네시스를 확실히 인식하도록 했습니다.”

현대차는 쏘나타와 그랜저와 같은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제네시스는 2015년 프리미엄 고급 브랜드로 독립했다. 그는 “현대차의 각 브랜드와 제네시스를 디자인 할 때는 마인드셋을 바꾸기 위해 의상까지 갈아입는다”고 소개했다.

“현대차는 오래된 전통의 맛집, 또는 연남동 같은 곳에 있는 개성있고 세련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반면 제네시스는 스타 셰프가 만드는 미슐랭 식당이라 할 수 있어요. 가격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가 있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에 어디가 더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죠. 그것이 저희 브랜드의 레거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영화상 4관왕을 수상한 데 대해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며 “제네시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서 세계 최고가 되는 꿈을 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샤넬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Paris‘가, 버버리엔 영국을 대표하는 ’London‘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며 ”제네시스에도 ’Seoul‘ 이란 글자가 새겨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한 나라의 도시의 풍경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받는 문화적인 도구입니다. 제가 해외에서 26년 동안 살다가 들어왔는데, 서울은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더군요. 서울은 음과 양,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적인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고궁과 현대건물, 번쩍이는 대로와 좁은 골목길, 하이테크 기술과 다도(茶道)와 같은 정적인문화가 공존하지요. 이런 양면적인 캐릭터는 디자인하는데 있어 엄청난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제네시스의 디자인도 ’우아한 역동성‘이란 양면적인 캐릭터로 설명했다. 전체적인 라인이 뒤로 갈수록 부드럽게 떨어져 클래식카의 우아함을 간직하면서도, 22인치 타이어휠은 나오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그는 고급브랜드 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아름다운 비례미‘와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을 꼽았다.

“팔등신 모델에게는 어떤 옷을 입혀도 멋집니다. 디자인보다도 무엇보다 차체의 비례와 구조의 아름다움이 럭셔리의 기본입니다. 디자인이 클래식이 되려면 시간의 테스트를 이겨내야하죠. 새로 나왔을 때 번쩍번쩍하는 것보다 5년, 10년이 지나 중고차가 돼 길거리 한구석에 세워져 있어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게 명차입니다. 앞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회가 올텐데 자동차 내부 디자인은 이제 운전자의 공간에서 삶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외 고급브랜드 차에서 근무할 때는 100년의 역사가 담긴 브랜드 바이블을 참고해서 디자인해야 했습니다. 신생 브랜드인 제네시스에도 똑같은 백과사전이 있는데 페이지가 다 비어 있죠. 디자인을 통해서 그 페이지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것은 디자이너에게는 인생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이상엽 전무와의 일문일답.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현대차가 최근 국제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고 있는데….

“전세계의 고급차 브랜드는 대부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브랜드의 레거시를 어떻게 유지하고 이어나갈까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러나 제네시스의 경우는 신생 브랜드인 만큼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제네시스가 있건 없건 간에 전세계 럭셔리 카 마켓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신생 브랜드에서 디자인적인 임팩트가 없으면 브랜드 자체의 위상에 문제가 생긴다. ’디자인의 정체성‘이 곧 ’브랜드의 가치‘가 되는 작업이다. 제네시스는 우리만의 캐릭터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경쟁차 디자인을 참고하기보다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깊이 연구하면서 디자인하기 때문에 좀더 브랜드적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차가 럭셔리 차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굉장히 많다. 삼성도 있고, LG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통 럭셔리 브랜드를 꼽으라면 쉽지 않다. 제네시스는 자동차 럭셔리 브랜드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가령 샤넬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 브랜드고, 버버리는 영국을 대표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고급 브랜드에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그 자신감의 베이스는 ’내가 누구냐‘라고 하는 아이덴티티다. 그래서 샤넬 로고를 보면 밑에 ’Paris‘라고 써 있고, 버버리 밑에는 ’London‘이라고 써 있다. 제네시스도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로고 밑에 ’Seoul‘이라고 쓰여져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하니까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더 고민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GV80은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를 100% 디자인적으로 구현한 첫 번째 차라고 생각한다.”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두 줄(two line)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인가.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할 때 윙로고를 보고 사람들이 애스턴마틴 비슷하다, 미니 닮았다, 크라이슬러 닮았다고 말했다. 저는 사실 날개달린 앰블럼이 굉장히 좋았다. 매우 큰 야심과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다. 1930년대 레이싱 붐을 이루면서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생겼다. 레이싱에서 승리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나이키 여신의 날개로 엠블럼을 표현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윙로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승리에 대한 염원을 가진 도전정신을 모토로 내건다는 뜻이다. GV80은 제네시스 엠블럼을 변형시켜 디자인했다. 날개의 두 줄이 헤드램프가 됐고, 그릴은 엠블렘 중앙부분의 크레스트가 커진 것이다.

제네시스 외장은 전통차에서 보지 못한 불문율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통 헤드램프는 두 눈이고, 그릴을 코모양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한다. 그러나 제네시스의 헤드램프는 눈이 네 개다. 제네시스는 헤드램프의 앞에 두 줄 조명이 바디와 뒷면까지 돌아가기 때문에 낮뿐 아니라 밤에도 제네시스라는 것을 한 눈에 인식할 수 있다. 헤드램프를 슬림하게 두 줄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작은 윈도를 통해서 빛이 충분히 많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고난이도의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GV80의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의 특징은.

“요즘 자동차는 테크놀로지가 내부로 많이 들어온다.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많은 기능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상당히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내부 디자인에도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를 컨셉으로 했다.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가구가 있고, 기능들이 평소에는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만 고객들에게 어필을 하도록 했다. 보통 밝은 색으로 인테리어를 할수록 더 럭셔리 차라고 이야기한다. 인테리어가 밝으면 다 보이기 때문에 숨길 데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은 어떤 차별성이 있나.

“제네시스가 현대 브랜드 안에서 나왔지만, 레거시가 완전히 다르다.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어필해야 한다. 현대는 연남동에 있는 세련된 맛집, 을지로 골목의 오래된 설렁탕 같은 특별한 맛집이라면, 제네시스는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드는 특별한 맛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맛집마다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특별한 맛이기 때문에 어떤 게 더 맛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각자의 입맛과 캐릭터가 다른 것이다. 현대는 대중적인 입맛을 추구한다면, 제네시스는 아주 특별한 고유의 재료를 써서 만드는 럭셔리의 참맛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디자인할 때는 마인드셋을 180도 바꾼다. 예를 들면 그날 입는 옷까지 다르게 입을 정도다. 제네시스를 디자인할 때는 심플한 슈트를 입는다면, 현대차는 차종별로 캐릭터와 스파이스가 다르니까 거기에 맞춰서 입는다.”

―한국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란 어떤 디자인을 말하는가.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해서 자동차에 태극무늬를 넣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디자인에 반영해야 한다. 제네시스 로고에 ’Seoul‘이라는 글자를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서울만큼 매력적인 도시가 없는 것 같다. 제가 해외에서 26년 동안 살다가 들어왔는데 어렸을 때 살던 서울과 지금의 서울은 완전히 다른 도시다. 대중문화부터 고급문화까지 다양하게 공존하는 서울은 음과 양,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캐릭터다. 고궁 앞에 완전히 현대적인 건물이 서 있고, 골목 구석구석마다 특별한 가게가 밤늦게까지 문을 연다. 삼성이나 엘지처럼 하이테크 컴퍼니가 있는 반면에, 다도(茶道)와 명상과 같은 조용한 분위기도 즐긴다. 이런 양면적인 캐릭터가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굉장한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제네시스의 모토인 ’역동적인 우아함‘도 양면성을 설명하는 말인가.

“보통 자동차 중에는 역동적인 계열이 있고, 우아한 브랜드도 있다. 영국 차들은 대부분 우아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우리는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캐릭터라는 두 개의 소금과 설탕을 가지고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 요즘엔 대부분 차량의 뒤쪽 라인이 올라가는 쐐기형 디자인이 많은데, 제네시스는 우아함을 강조하는 클래식카처럼 뒤로 갈수록 루프라인이 매끄럽게 떨어진다. 반면 사이드 윈도라인은 올라감으로써 역동성을 느끼게 했고, 22인치 대구경 타이어휠에서 나오는 파워풀함, 방패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이 강렬한 임팩트를 던져준다.”


―럭셔리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럭셔리 브랜드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 자신감의 근원은 요란한 디자인 보다도 덜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좋은 미슐랭 스타 셰프의 음식을 보면 재료의 캐릭터를 살려서 요리를 만들지 않는가. 그들은 조미료나 고춧가루를 한 주먹씩 퍼 넣지 않는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깨끗한 디자인, 사람이 봤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 보면 볼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차의 기본적인 비례와 구조의 아름다움에 신경을 많이 썼다. 팔등신 모델에게는 어떤 옷을 입혀도 멋지지 않는가. 현대가 후륜구동 차를 다른 브랜드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새로 나오는 제네시스 라인업에서는 후륜구동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례를 추구했다. 보시는 것처럼 쫙쫙 뻗어 있다.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하듯이, 후륜구동을 가장 늦게 시작한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가장 완벽한 후륜구동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디자인이 클래식이 되기 위한 조건은.

“영속성(Timeless)이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새로운 디자인은 시간의 테스트를 받게 돼 있다. 시간의 테스트에 오래 견딜 수 있는 것이 훌륭한 디자인다. 제네시스를 디자인할 때도 신차가 나왔을 때 삐까번쩍한 것도 중요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 중고차가 돼서 길거리에 서 있을 때도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럭셔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의 디자인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미래에는 혁신적인 자동차가 등장하는 모빌리티 사회가 될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자동차의 내부공간은 운전자의 공간에서 삶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이 앞에 없어도 되기 때문에 자동차의 형태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차로 운전대가 사라진다면 더욱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차의 내부공간이 점점 커지면서 인테리어가 중요해진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구매할 때 아파트 외관보다는 내장의 평수를 더 중요시하고, 어떤 시설과 가구를 놓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의 내장공간에서 어떻게하면 럭셔리한 삶의 경험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전통개념의 럭셔리가 ’소유‘의 개념이라면, 앞으로의 럭셔리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전기차, 수소차의 미래형 모빌리티 사회가 된다면 모든 전통있는 브랜드와 신생브랜드가 같은 선상에서 다시 출발하는 시대가 된다. 어려운 도전이겠지만, 우리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GM, 벤틀리, 폭스바겐 등 해외의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작업해왔는데, 현대에서 영입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영국 벤틀리를 비롯해 럭셔리 브랜드를 디자인할 때는 브랜드 바이블을 참고해야 했다. 100년의 역사 동안 나온 모든 차를 스펙하나하나까지 다 꿰고 있어야 한다. 내가 새롭게 디자인해서 벽에 붙이면 제일 먼저 들어오는 질문이 ’저게 벤틀리인가?‘라는 말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영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에도 똑같은 백과사전이 있는데 페이지가 다 비어 있다. 디자인을 통해서 그 페이지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것은 디자이너에게는 인생의 기회(lifetime opportunity) 같은 거라고 믿고 있다. 전세계 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이렇게 디자인을 하면서 브랜드를 적립해나갈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한국 브랜드가 아닌가.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BMW는 전조등에 엔젤아이라는 포뮬러가 있어서, 그 안에서 디자인을 해야하지만, 우리는 어떤 도전도 할 수 있다. 언제나 잘 되면 좋겠지만, 잘 안될 때도 있다. 그런 과정 자체도 역사의 한 단계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재미가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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