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투혼’ 박세리… ‘메이저 퀸’ 박인비… 누가 우열을 말하나

강홍구 기자

입력 2020-02-19 03:00 수정 2020-02-1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美매체 “역대 한국 최고 골퍼는?”… 박인비 20승 계기로 위업 분석
박세리, 국민에 희망 준 개척자… 박인비, 올림픽 우승도 큰 업적


‘역대 최고의 한국 골퍼는 누구인가?’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채널’이 18일 던진 질문이다. 골프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한 이 질문은 16일 박인비(32)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호주오픈에서 통산 20승을 거두면서 나왔다. 한국 선수 중 20승 고지를 넘은 건 통산 25승의 박세리 도쿄 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43)에 이어 두 번째다.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인 박인비가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볼 수 있겠냐는 것.

골프채널은 “한국에서 최고의 골퍼를 가리는 건 케냐에서 최고의 마라토너, 네덜란드에서 최고의 스피드스케이터를 가리는 것처럼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박세리의 위치는 성직에 비유할 만큼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가 당시 외환위기를 겪던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줬고 또 골프를 넘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업적도 눈부시다.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25승에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박세리가 수확한 신인상, 베어트로피(평균 타수 1위상)도 모두 국내 최초의 성과다.

박인비도 순도에서만큼은 개척자 박세리에게 밀리지 않는다. 박세리가 투어 통산 25승 중 메이저가 5승인 반면 박인비는 20승 중 메이저에서 7차례 트로피를 들었다.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박세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과 우승의 연을 맺지 못했다. 이 매체는 “한국인들이 박세리만큼의 감정을 느끼진 않을지 모르지만 박인비가 4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가적 자부심을 유발한 건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통산 상금에서는 이미 박인비가 박세리를 넘어섰다. 박인비가 265개 대회에서 1568만3289달러(약 186억7000만 원)를 따냈고, 박세리는 365개 대회에서 1258만3713달러(약 149억8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박인비가 전체 4위, 박세리가 9위다.

이 매체는 한국 골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세리와 박인비는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골프의 성공에 기여했기 때문에 그 둘을 비교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마치 (미국의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중 누가 위대한지를 묻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인비는 박세리가 선수로서 밟지 못한 올림픽 무대에 2회 연속 도전 중이다.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박인비는 평균 점수 4.42점으로 17위에서 11위로 점프했다. 김효주(4.02점·세계 13위)를 제치고 국내 선수 중 5위가 됐다. 세계 랭킹 15위, 국내 선수 중 4위 안에 주어지는 도쿄 올림픽 티켓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 대회에 이어 도쿄 올림픽에도 여자골프 사령탑은 박세리가 맡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