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고용연장=정년연장’ 아니라지만…“사실상 같은 효과”

뉴스1

입력 2020-02-16 07:26 수정 2020-02-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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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연장도 이제 본격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의 업무계획 보고에서 한 언급이 폭발적인 주목을 받은 배경에는 정년연장을 향한 기업과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아무리 고령화·저출산 사회라지만, 정년연장은 기업 부담을 키우고 청년 일자리를 빼앗아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

고용연장이 ‘정년연장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을 청와대에서 이틀 만에 내놨지만, 이번 발언에 대한 관심은 좀체 식질 않고 있다.

사실상 정년연장과 다름 없는 고용연장을 ‘다르다’고 포장했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정부는 작년 이미 여러 차례 발표했던 고용연장 논의 계획이 집중적으로 재조명되자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러 정부 관계자가 나서서 고용연장과 정년연장의 차이점과 함께, 고용연장의 일종인 ‘계속고용제도’가 앞으로 오랜 기간 논의와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이유다.

◇계속고용제도란?…‘정년연장’ 동일효과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고용연장이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때는 작년 9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모인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는 지난 4개월 동안의 논의를 마무리한 결과로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응방안에서는 ‘고용연장’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고용연장이란 생산가능인구 감소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은퇴 전후 시기에 놓인 고령자를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계속고용제도’는 이러한 고용연장을 실천하기 위해 언급된 수단이었다.

60세 정년 이후 고령 근로자가 일정 연령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 고용연장 의무를 부여하되, 그 방식 만큼은 기업 자율로 결정할 수 있게 몇가지 선택지를 주는 제도다.

기업이 고용연장 방식으로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정년연장’이 포함됐다.

통상 정년연장이란 국회에서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해 각 기업의 정년을 일제히 올리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여기에서 정년연장은 기업이 근로자의 의무 퇴직시기를 ‘자발적으로’ 늦추는 것을 뜻했다.

정부가 언급한 또다른 선택지로는 재고용이나 정년폐지도 있었다.

즉, 고령자를 법적인 정년 이후까지 고용토록 한다는 점에선 사실상 정년연장과 동일한 효과를 내나, 연장되는 정년의 햇수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으며, 정년 퇴직 이후 몇개월 내 근로조건을 다르게 계약해(재고용) 기업 측 부담을 줄이는 우회로를 허용해 주는 것. 이것이 계속고용제도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 계속고용제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앞서 고령화 시기를 감안해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2월 펴낸 경제정책방향에도 담은 내용이다.

논의 결과 제도 도입이 결정될 경우, 정부는 또다시 ‘도입 시기’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제도 시행까지는 적어도 3~4년 이상이 남은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부담·청년취업 어쩌나…보완책 마련 ‘잰걸음’

고용노동부 등 업무보고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경영계에서는 계속고용제도가 기업에 많은 부담을 지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면 신규 채용 여력이 사라져, 청년 취업난이 심해질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법적인 정년을 60세로 올린 지 3년밖에 안 된 시점에 또다시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늘리면 기업 부담은 늘고 자칫 세대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차근차근 마련해 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예산을 통한 인건비 지원이 가장 대표적인 대책이다. 올해 고용노동부는 고용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자발적 정년연장을 유도하기 위해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신설했다.

정년 이후에도 노동자를 퇴직시키지 않거나 정년 후 3개월 이내에 재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정부 예산으로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고령 근로자 9000명에 대해 모두 246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청년 실업에 대한 악영향은 논의 시기 조절을 통해 최대한 피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계속고용제도 논의 시기를 2022년으로 잡은 이유는 그 해가 되면 20대 후반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할 전망이기 때문”이라면서 “그 때에 가서는 청년 취업난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에 2022년 상황을 보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도 “생산가능인구 감소세에 따라 2~3년 뒤에는 청년실업 문제 개선 조짐이 있다”며 “(계속고용제도 도입은) 그 때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금체계 개편도 병행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널리 퍼진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직무·직능급 체계로 바꾸면 정년연장에 대한 부담이 확연히 경감된다. 직무급 아래에서는 근속 연차가 1~2년 늘어난다고 해서 임금에 큰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계로부터 많은 저항을 받는 탓에 최근 직무급을 도입한 공공기관에서조차 ‘호봉제의 탈을 쓴 직무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향후 개편 성공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고용연장에 따른 기업 인건비 부담을 정부 예산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이 정년을 폐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무 중심 임금체계가 있었다. 청년이든 노인이든 담당 직무의 가치만큼 임금을 주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고용연장을 인건비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기업이 고령 근로자를 활용했을 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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