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사’ 그 너머, 모두의 희망 이야기…뮤지컬 ‘마리 퀴리’

뉴시스

입력 2020-02-13 19:14:00 수정 2020-02-13 19:14:3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김소향·리사·정인지, 타이틀롤 연기
창극 '우주소리' 연출한 김태형 합류
3월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뮤지컬 ‘마리 퀴리’의 캐릭터들이 멋있는 건, 각자의 멋진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 버티고 있다는 점이에요. 여성으로서가 아닌 사람으로 나아가는 거죠. 여성으로서 ‘왜 안 돼!’를 외치는 것이 아니에요. ‘여성 서사’를 넘어가는 단계라고 봐요.”(김히어라)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물리학자·화학자 마리 퀴리(1867~1934)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뮤지컬 ‘마리 퀴리’. 뮤지컬 ‘레드북’과 ‘베르나르다 알바’, 연극 ‘인형의집’, 창극 ‘우주소리’ 등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공연계는 여성 중심의 서사 작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마리 퀴리’ 출연배우들과 창작진은 ‘포스트 여성 서사’, 즉 여성 서사 그 너머까지 생각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마리 퀴리’ 프레스콜에서 ‘안느’ 역을 맡은 김히어라는 “우리 뮤지컬에서 마리 퀴리는 부당한 것에 맞서기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것을 하기 원해서 신명을 가지고 일한다면서 결국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열악한 환경에서 여성이 성공을 하거나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자체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여성의 성장 이야기 또는 여성의 성공담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캐릭터와 작품의 한계를 미리 그어버린다는 지적이 공연계에서 최근 나왔다.

김히어라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 많이 공감을 하실 거예요. ‘나는 이렇게 힘들었다. 이겨 낼거야’라는 식의 이야기보다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거죠.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마리 퀴리’가 첫 걸음이 됐으면 해요.“

뮤지컬 ‘마리 퀴리’는 ‘방사능 연구의 어머니’로 통하는 마리 퀴리를 다룬다. 그녀의 대표적 연구 업적인 ‘라듐’의 발견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중심 소재다. 좌절에 맞서는 인간의 숭고한 용기와 삶의 가치를 톺아본다.

‘퀴리’는 여성이라는 성별을 넘어 과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 ‘마리 퀴리’는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이다.

마리 퀴리라는 한 인간과 그녀가 발견한 ‘라듐’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남편이자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와 라듐의 산업화로 그 유해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직공들을 일컫는 ‘라듐 걸스’에 대한 이야기도 녹여낸다.

이로 인해 극은 여느 뮤지컬처럼 주인공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인간적인 면을 톺아본다.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비극에 좌절하지만 이내 정면으로 맞서는 여성, 아니 인간을 들여다본다.

‘마리 퀴리’는 창작뮤지컬 공모전인 2017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주관 라이브)의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 초연했다. 작년에는 예술위의 ‘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 부문에 선정됐다.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 교두보로 알려진 예술경영지원센터 ‘K-뮤지컬 로드쇼’에 뽑히기도 했다. 김태형 연출, 천세은 작가, 최종윤 작곡가의 손길을 통해 극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이번 공연의 캐스팅 라인업이 화려하다. 라듐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하며 저명한 과학자가 되지만 그 유해성을 알게 된 후 고뇌하는 ‘마리 퀴리’는 김소향, 리사, 정인지가 나눠 연기한다.

지난 공연에 이어 타이틀롤로 돌아온 김소향도 ‘마리 퀴리’가 단순히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점을 특기했다. ”성별을 떠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희망, 일에 대한 열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마리 퀴리 역에 새로 합류한 리사도 ”다른 뮤지컬의 배역, 여성 캐릭터에서 마리 퀴리 같은 면을 보지 못했다“면서 ”마리 퀴리는 외모 같은 밖이 아닌 내면이 아름다운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4월 개막 예정인 2인극 연극으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앞세운 ‘언체인’에 캐스팅된 정인지도 이번에 마리 퀴리 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정인지는 ”이런 일을 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였다가 중요하다“면서 ”마리 퀴리는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서 살아 있는 캐릭터다. 입체적이라 드라마에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폴란드에서 온 라듐공장 직공으로 동료들의 죽음을 마주한 뒤 그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안느’ 역에는 김히어라와 이봄소리가 더블 캐스팅됐다.

이봄소리는 마리 퀴리와 안느의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7일 개막 공연을 객석에서 봤다는 이봄소리는 ”여성 캐릭터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우려도 들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객석에서 기립을 하는 순간 울음이 터졌고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또 이봄소리는 이날 사회를 본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가 ”‘여자가 말이야…’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촌스런 시대가 됐다“고 말한 내용을 특기하며 ”이런 공연이 생각보다 없는데, 여성들의 연대에 힘이 될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 과학계 대표적인 여성 학자인 윤진희 교수는 ”여성과학자로서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폭력적인 상황에 처하기도 했는데 마리 퀴리 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극에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과학고와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의 김태형 연출이 이번에 새로 합류했다. 공학도답게 마리 퀴리 역의 배우들에게 수학 공식을 외우는 법 등을 알려준 그는 대학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출 중 하나다.

‘모범생들’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장르, 형식을 불문하고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특히 ‘우주소리’ 같은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오펀스’ 등 젠더 프리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러닝타임이 기존 100분에서 150분으로 늘었는데 김 연출은 ”여성, 이민자 등 소수자의 요소를 넣고 편견과 차별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며 자기삶을 완성해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함께 연대하고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여성의 성장과 발전을 다뤘다“면서 ”당연히 시대가 원하니까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봐 봤으니까 이제 필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3월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