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멘털 잡아야 축구가 잘되죠”

양종구 기자

입력 2020-02-12 03:00 수정 2020-0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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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비즈]
프로축구 선수 출신 심리학 박사 이상우씨


“20대 중반에 은퇴할 수도 있었던 선수가 31세까지 프로축구 선수로 버틴 힘은 모두 스포츠 심리학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상우 인하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심리상담사(35)는 프로축구 선수 출신 심리학 박사다. 그는 2008년 프로축구 명문 FC서울에 입단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늘 자신감 부족에 고통 받았다. “전 속칭 ‘훈련용’이었어요. 훈련할 땐 잘하고 경기에만 나가면 불안에 떨어 죽을 쒔습니다.”

그때 지금은 은사로 모시는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를 만나며 변신에 성공한다. 김 교수는 2008년 당시 서울의 사령탑이었던 터키 출신 셰놀 귀네슈 감독이 영입한 팀의 심리 상담역이었다. “김 교수님이 불안을 떨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신세계를 만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다른 서울 선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서울에는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던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김진규 등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해 조직력이 엉망이었다. 오죽하면 귀네슈 감독이 ‘마치 내가 외딴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스포츠 심리학자가 중간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귀네슈 감독의 요청으로 김 교수를 영입한 서울은 2010년 K리그 정상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상우 상담사는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김 교수를 찾아 상담을 받았고, 2009년부터 선수 생활과 심리학 공부를 병행하며 심리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2016년 은퇴한 뒤에는 공부에 매진해 지난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현재 그는 프로축구 인천 유소년팀과 ‘독립구단’ TNT 피트투게더에서 멘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와 상담하는 선수들의 고민은 경기력 향상에서부터 불안 제거, 지도자 및 부모와의 갈등 등 다양하다. 그는 대체로 어려운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한다.

선수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그의 상담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잘나가던 프로축구 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 후배 신인 선수에게 밀렸다며 찾아온 일도 있었다. “지나친 욕심에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한 게 문제였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설득했고 차근차근 재활해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스포츠 심리학은 마음을 컨트롤하는 학문”이라며 “앞으로 ‘스포츠계의 성공학’이 될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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