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에…국내 5대 그룹 경영계획 재검토 불가피

서동일기자 , 김현수기자

입력 2020-02-06 19:25 수정 2020-0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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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2017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사태를 더한 것 같은 충격파를 느끼고 있다. 매우 염려스럽다.”

국내 5대 그룹 계열사 대표는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산, 중국의 외출 제한 조치 확대 등 상황별 시나리오를 짜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였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 대표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연간 경영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며 주요 기업들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공급망 차질과 소비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 연간 경영 계획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주요 기업 “경영계획 재검토 불가피”

삼성전자는 세트 부문 중심으로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10일 중국 쑤저우에 있는 공장이 재가동될 경우와 1, 2주 가량 지연될 경우 등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베트남 및 국내 광주 가전 공장으로 물량을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 구매팀도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주력 생산기지는 베트남에 있지만 중국 전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난징, 옌타이, 광저우 3곳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들은 내부적으로 연간 경영 전략을 재검토 중이다.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7~12월) 실적 턴어라운드가 목표였지만 뜻밖의 복병으로 목표를 조정해야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내수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은 롯데는 신종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유통 및 호텔 계열사는 올해 경영전략을 다시 수립해야한다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들이 경영계획 재검토에 나서는 것은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위기 뿐 아니라 중국-한국 동반 수요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0.4%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부진에 따른 저물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며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도 나오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니는 투자설명회에서 코로나 사태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중국 매장 절반의 영업이 중단된 나이키 역시 “실질적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를 반영한 새로운 실적 전망치를 내놓겠다”라고 밝혔다.

● 기아차도 휴업 결정

4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일단 10일 하루 휴업을 결정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의 공급이 끊긴 탓이다. 기아차는 그동안 소하리·화성·광주 공장에서 생산라인은 가동하되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아차는 각 공장의 상황을 감안해 11일 이후의 휴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해당 부품의 공급이 재기되지 않는 한 다시 조업에 돌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올해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기 위해 내놓으려던 신차 출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일정 재검토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부품 조달이 안돼 한국 공장이 멈추면서 중소 부품 협력사들도 연쇄 가동 중단 등 위기가 올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350여 개 중소 부품 협력사에 1조 원대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 부품 협력사들을 위해 △3080억 원 규모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납품대금 5870억 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 원 조기 결제 등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와 협력해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의 주요 거점인 산둥성 정부에 일부 공장이라도 생산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제조건으로 엄격한 방역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서동일기자 dong@donga.com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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