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상인그룹, 주식 투기세력에 자본금 지원” 단서 포착

김동혁 기자 , 장윤정 기자

입력 2020-02-05 03:00:00 수정 2020-02-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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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압수수색 통해 혐의 입증한 듯
한계기업 CB투자 방식으로 계열 저축銀통해 자금전달 판단
상상인 “투기자본으로 쓰일줄 몰라”


검찰이 상상인 그룹의 유준원 대표(46)가 주식시장 투기세력에 자금 지원을 하며 이른바 ‘전주(錢主)’ 역할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상상인의 인가 배경 등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유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통해 무자본 인수합병(M&A) 및 주가조작에 나선 투기세력에 자본금을 지원한 단서가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수사를 의뢰하며 넘긴 자료 중에는 상상인 그룹이 수년간 이들 세력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지한 정황과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자본금을 단계적으로 지급한 흔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했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슈퍼개미’로 이름을 알렸던 유 대표는 2009년 코스닥 상장사 텍셀네트컴(현 상상인)을 인수한 뒤 2012년 세종저축은행, 2016년 공평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했다. M&A와 고금리 사채, 주식시장에서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하며 자본을 증식시켰다. 지난해 3월에는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해 상상인증권을 출범시켰다.


상상인 그룹이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연루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사모펀드 비리 혐의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과 금융당국은 상상인 그룹의 자본시장 교란 및 불법행위가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상상인 그룹이 한계기업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을 통한 주가 조작 등 투기 세력의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봤다. 또 손실이 예견될 경우 담보로 잡은 주식을 반대 매매해 주가 하락을 야기함으로써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상상인 그룹은 “투기 세력의 자본금으로 쓰일 줄 몰랐다”며 선을 그어왔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직무집행정지 명령 제재 처분의 가처분도 신청해 인용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상상인 그룹이 연루된 기업 80여 곳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며 2015년부터 총 5500억 원 상당의 주식담보대출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상당 금액이 투기 세력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링크PE는 2차 전지 업체 WFM 주식 110만 주를 담보로 20억 원을 받았다.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 중 하나인 코스닥 상장사 리드도 2016년 7월 세종·공평저축은행으로부터 152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유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최근 직제개편으로 폐지됨에 따라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금명간 사건을 반부패수사1부에 재배당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혁 hack@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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