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달릴 때 멋져” 달리면 행복한 남궁하린 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0-02-02 12:01 수정 2021-01-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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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하린 씨는 달릴 때 가장 행복하단다. 남궁하린 씨 제공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달릴 수 있다는 그 자체로 행복합니다.”

달리면서 행복을 찾는 ‘영어 쌤’ 남궁하린 씨(32)는 2일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12km를 달렸다. 고교 영어교사인 그는 이날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달렸다. 그는 “이 대회가 제 삶을 바꿨다”고 했다.

남궁하린 씨는 본격적으로 달린 지 1년 만에 트레일러닝 마니아가 됐다. 남궁하린 씨 제공
“제가 알고 있는 분이 2018년 말 ‘트레일러닝 한 번 해볼래?’라고 했다. 그동안 혼자 달리고 있었는데 좋은 대회가 있으니 출전해보라는 것이었다. 그 때 제 가슴 속에 있는 뜨거운 무언가를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바로 지난해 1월 열린 2019화이트트레일인제 참가를 결정했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장비를 갖춰 참가했다.”

그동안 한번도 생각도 못했던 산을 달리니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절경 즐기면서 달린다는 게 너무 좋았다. 달리다 멈추고 ‘이 멋진 곳에 내가 있구나’라며 멍 때리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도 찍으며…. 그야 말로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남궁 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중고교시절 공부하느라 관리하지 못한 몸매를 위해서였다. 좀처럼 빠지지 않는 살을 빼기 위해 거의 매일 달렸다.

“10여 년간 달리면서도 달리는 자체는 싫었다. 목적이 ‘살을 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화이트트레일인제를 달린 뒤엔 달리는 목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달리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남궁하린 씨가 2일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12km에서 열린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서 즐겁게 달리고 있다.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는 2019화이트트레일인제를 참가한 뒤 바로 다음 달 경기국제하프마라톤대회 10km를 완주했다.

“도로는 산길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달리는 등 한 달에 5~6회 10km 대회에 출전했다. 달린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아무 의미 없이 달린 지난 10여년이 정말 아쉽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는 것 자체를 좋아했었다면 그 10여년도 행복했을 텐데….”

남궁하린 씨가 2일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12km에서 열린 2020 화이트트레일인제에서 폴짝 뛰며 즐거워 하고 있다…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제공
처음엔 기록에 대한 욕심도 부렸다.

“10km를 처음 달렸을 때 58분에 완주했다. 초등학교 시절 검도할 때도 그랬듯 난 승부욕이 강하다. 나보다 먼저 가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난해 5월 유관순마라톤 때 53분, 12월 손기정마라톤 때 52분을 달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과의 싸움.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달리기는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했다.

남궁하린 씨는 매일 집주변 공원을 달린다. 남궁하린 씨 제공
“빨리 가는 것보다 나 자신을 잘 컨트롤해 끝까지 잘 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천천히 달리지는 않는다. 숨이 차오를 때 참고 더 나를 채찍질하며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이 좋다. 숨이 차오를 때 천천히 달리면 편안해지지만 그 순간 더 힘을 내 극한의 상태까지 가며 완주했을 때 느끼는 기분은 나 자신과 싸워 이긴 느낌이다. 그럼 뭐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는다.”

산과 도로 뭐가 더 좋을까?

“애들에게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 난 둘 다 좋다. 개인적으론 트레일러닝이 좀더 인간적인 것 같다. 산에서는 등산객들하고도 서로 인사를 한다. 도로에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진 않는다. 산에선 먼저 갈 경우에도 ‘먼저 가서 미안합니다’고 예의를 갖춘다.”

처음엔 친구들이 ‘난 달릴 때 행복해’라고 하면 믿지 않았단다.

남궁하린 씨는 달리면서 건강하고 멋진 몸매를 얻었다. 남궁하린 씨 제공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던 모습을 보던 친구들이 내가 이젠 달릴 때 너무 좋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런데 내가 대회에 출전해 완주 한 뒤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넌 달릴 때 진짜 행복한 것 같다. 달릴 때 너무 예쁘다’고 한다.”

즐겁게 달리면서 삶도 달라졌다.

“이런 얘길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달리면서 행복해하니 어느 순간 내 몸이 건강하고 멋지게 탈바꿈돼 있었다.”

남궁하린 씨가 2일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서 열린 2020화이트트레일인제 출발선에서 손하트를 그리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인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 때 배우였던 남궁 씨는 지난해부터 여자연예인야구단 ‘아리아리걸스’에서도 활약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이었다. 오재원 선수를 좋아하는데 팀에서도 오재원 선수 등번호인 24번을 달고 뛴다.”

그는 인터넷 스포츠아나운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향후 ‘스포츠인’으로 살고 싶단다.

“달리면서 건강한 몸이 됐다. 건강하니 자신감도 생겼다. 조만간 피트니스 선수로도 등록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듀애슬론(마라톤&사이클)에도 도전한다. 몸이 건강해지면서 에너지 넘치는 일이 좋다. 운동하면서 내 적성이 바뀌었다.”

남궁 씨는 매일 달린다.

남궁하린 씨는 올해부터 피트니스 선수로 활약할 계획이다. 남궁하린 씨 제공
“수원 집 근처 호수공원이 있다. 아침, 저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달린다. 지금은 방학 중이라 하루 2번도 달린다. 폴 댄스로 근육도 키우고 있다. 이제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려면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해야 한다.”

달리지만 절대 무리하진 않는다.

“전 아직 하프코스도 안 달렸다. 올해 하프코스에 도전한다. 풀코스도 천천히 도전할 것이다. 즐겁게 달리는 게 목적이지 긴 거리 달리는 게 목적은 아니다.”

한편 이날 OSK 아웃도어 스포츠 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인제군, 인제군의회, 인제군 체육회가 후원하는 이 대회에는 국내외 마스터스마라토너 200여명이 참여해 자작나무숲을 즐겁게 달렸다. 트레일러닝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산, 들, 초원지대 등을 달리는 ‘산악마라톤’이다.

인제=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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