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영화관도 안심 못해” 다중시설 기피현상 더 번져

김태성 기자 , 이청아 기자, 고도예 기자

입력 2020-02-01 03:00 수정 2020-02-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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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건물 출입 수백명 중 누가…” 불안
확진자 방문 영화관-마트 휴업
백화점-재래시장 등도 발길 줄어


“목숨을 걸면서 돈을 벌고 싶진 않습니다.”

31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의류 매장. 주인 A 씨가 가게 문을 닫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음식점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영화관과 같은 건물에 있다. A 씨는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예 가게 문을 잠시 닫기로 했다. A 씨는 “건물을 오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중에 또 다른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며 “당분간 집에 머물며 유치원생 아들을 돌보겠다”고 했다.

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영화관, 음식점 등 다중 이용업소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업소들은 상당수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고 인근 가게들도 덩달아 문을 닫기도 했다.


○ 확진자 다녀간 곳은 ‘휴·폐업’

5, 6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의 한 영화관은 30일부터 사흘간 영업을 중단했다. 건물 입구에는 ‘극장 내부 위생 강화를 위한 긴급 방역으로 휴업한다’는 안내문만 붙었다. 31일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의 한 의류매장에선 마스크를 쓴 시민 2, 3명만 보였다. 점원이 말을 걸려고 하자 고객들은 뒤로 물러서며 “알아서 보고 가겠다”고 답하며 마스크를 올려 쓸 뿐이었다.

8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전북 군산시의 한 대형 할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할인점은 아예 31일 오후 6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해당 업체는 영업을 종료한 뒤 건물 내부에서 방역 작업을 진행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도 실시했다.

중국 우한 교민들의 임시 보호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일대 호텔에선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온양제일관광호텔은 8일까지 예약된 객실 중 110개가 갑자기 취소됐다. 이는 전체 140개 객실 중 78%에 해당한다. 호텔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온천 관광지로 겨울철 특수를 기대했는데 앞으로 몇 개월간 예약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백화점도 재래시장도 발걸음 ‘뚝’

백화점, 재래시장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은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31일 오후 7시 경기 수원의 한 백화점에는 마스크를 쓴 고객 대여섯 명만 돌아다녔다. 이 백화점의 신발 매장 직원은 “금요일 저녁엔 퇴근하고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사람 구경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재래시장도 한산했다. 서울 성북구 돈암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A 씨(66)는 “평소 오후 2시 무렵이면 8만 원어치는 팔았을 텐데 오늘은 2만 원도 팔지 못했다”며 “우한 폐렴 확진자 발생 이후 손님이 계속 줄고 있다”고 했다. 인근에서 떡볶이를 파는 조미란 씨(38·여)는 “준비한 재료를 버릴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 카페리 10개 항로 대부분에선 선박들이 여객 운송을 중단한 채 화물만 싣고 입항했다. 31일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발 카페리 4척 중 웨이하이(威海)와 단둥(丹東), 스다오(石島)발 카페리 3척은 화물만 싣고 입항했다. 인천∼중국 항로 전체 카페리가 화물만 싣고 운항하는 것은 1990년 첫 항로 개설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릴 때도 선박들은 수십 명의 승객을 태웠고 여객 수송은 중단되지 않았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이청아·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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