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여의도 저승사자’… “금융-증권범죄 누가 잡나”

장윤정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1-30 03:00 수정 2020-0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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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합수단 폐지 파장
자본시장 범죄 특화 수사로 활약… 7년간 965명 기소 346명 구속
중대 범죄땐 긴급조치 제도 활용도
인력 축소로 신라젠 등 수사 차질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금융·증권범죄가 활개를 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수사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한 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찰떡 공조를 자랑하며 자본시장 범죄에 대응해온 합수단의 공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28일 공포 즉시 시행됐다. 직제 개편으로 합수단도 출범 7년 만에 폐지됐다.

합수단을 지휘한 김영기 부장검사는 광주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났다. 합수단이 맡던 사건들은 금융조사1, 2부로 넘어갈 예정이고, 검사 및 수사 인력 10여 명도 일반 공판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자본시장을 수사하는 칼이 무뎌진다는 뜻이다.

합수단과 손발을 맞춰온 전문 파견 인력의 남부지검 잔류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파견 인력은 금감원 4명, 한국거래소 4명, 예금보험공사 2명과 금융위 1명 등 11명. 지난해 말까지는 14명이었지만 합수단 해체 방침이 알려진 뒤 국세청이 신규 파견을 중단해 인원이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도 아직 파견 인력이 잔류할지, 복귀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인사 시즌 전까진 검찰과 협의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3년 5월 출범한 합수단은 지난해 9월 말까지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려 여의도를 벌벌 떨게 했다.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받아 자본시장 범죄에 특화된 수사를 펼쳐왔다. 특히 중대 증권범죄로 판단되면 바로 금융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는 ‘패스트트랙(긴급조치)’ 제도 등을 활용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회사 임직원들을 대거 기소하는가 하면 최근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기소한 것도 합수단이었다.

하지만 합수단이 해체되고 자본시장 수사 인력이 축소되면서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주가 조작 등 기존에 합수단이 맡고 있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합수단 해체 소식이 알려진 14일 주식시장에서 신라젠, 상상인과 상상인증권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모두 합수단 수사를 받고 있는 회사인데, 앞으로 수사가 느슨해질 것이란 기대에 따른 움직임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조사해 이첩한 사건에 대한 신속한 기소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연간 100여 건의 중요 경제범죄를 조사해 패스트트랙 및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합수단에 이첩해왔다. 합수단은 즉각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속도전’ 수사로 대응했다. 하지만 조직과 인력이 흩어지면서 과거와 같은 발 빠른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사건 등은 단시간에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합수단이 폐지되면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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