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정상화 3개월 걸렸는데”…항공업계, 우한폐렴 쇼크에 시름

뉴시스

입력 2020-01-29 14:08 수정 2020-01-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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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메르스 사태, 여객수 회복에 3~5개월 소요
우한 폐렴도 中 노선 운휴 등에 여객 급감 전망



국적 항공사들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피해 규모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만큼 피해 규모가 불어나면 ‘대목’ 1분기도 여객이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2004년 1월 완전 종식됐을 때 전 세계 총 발병자는 8273명이었고 이 중 774명이 사망했다.

당시 중화권 감염자는 중국 5328명, 홍콩 1755명으로 전체 감염자의 85.6%를 차지했다. 홍콩국제공항 및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여객수가 사스 사태 전으로 회복하는데 약 5개월 걸렸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에는 국내에서 18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중 29명이 사망했다. 당시 국적 항공사들의 여객 수는 메르스 발병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3개월 정도 걸렸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중국 정기 노선이 없어 대형항공사(FSC)들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다. 메르스 사태 절정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각각 하루에만 3000명 이상의 항공권이 예약 취소됐다. 국제선 여객 감소에 양사는 2015년 2분기 당시 나란히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사들은 지난해에도 일본 노선 부진, 공급 과잉 등으로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우한 폐렴이란 또 한 번의 고비를 맞닥뜨리게 됐다.

이미 인천~우한 노선을 비롯한 중국 노선의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 21일부터, 대한항공은 24일부터 인천~우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월1일부터 인천~구이린 및 인천~하이커우, 2월3일부터 인천~창사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제주항공은 29일부터는 부산~장자제 노선, 30일부터는 무안~장자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2월부터는 무안~싼야 노선의 비운항에 돌입한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청주~장자제 노선을 오는 30일부터 2월29일까지 운휴한다. 제주~상하이 노선은 다음달 2일부터 29일까지, 청주~하이커우 노선은 다음달 1일부터 29일까지, 인천~정저우 노선은 다음달 12일부터 29일까지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특히 항공업계는 주말이 겹쳐 짧았던 설 연휴 대목에 우한 폐렴 사태가 겹치며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발표 전인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홍콩의 반정부 이슈가 터지며 중화권 노선에 악영향을 미쳐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노선 운휴가 이어지면서 중국인 여객 감소도 예상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3월 기준 외국인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에는 35% 수준에 달했다”며 “중국인 여객 감소에 따른 타격이 사스 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항공사들은 우한 폐렴의 확산 정도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메르스 발병 당시처럼 감염 환자가 속출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 초기인 만큼 타격 규모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해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노선 운항 중단 검토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여객 매출 중 중국 노선의 비중은 각각 13%, 19%다.

LCC들도 지난해 중국 노선 운수권을 다량 확보한 만큼 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직격탄을 맞게 됐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전체 여객 매출 중 중화권 노선 비중은 15% 수준이었다. 한 LCC 관계자는 “아직은 우한 폐렴 사태가 초반인 만큼 타격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운항을 중단하는 중국 노선을 추가 검토 중이므로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한 폐렴 사태가 안정화되면 기저 효과로 항공 여객 수요가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한한령 해제와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로 회복 시기가 잠시 미뤄졌다”라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안정된다면 그동안 미뤄졌던 여행수요까지 더해져 항공 여객 수요는 크게 반등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사이트를 통해 29일 0시를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132명, 확진자가 5974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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