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북제재로 거래달러 급감 땐 北 환율·물가 급등”

뉴스1

입력 2020-01-28 07:20 수정 2020-01-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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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환율, 쌀값 추이(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제공).© 뉴스1

한국은행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 실물경제에서 주화폐로 자리 잡은 거래용 달러가 크게 줄게 되면 환율이 치솟고 물가도 급등해 경제적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가치저장용 외화 감소단계’, ‘거래용 외화의 일부 감소단계’, ‘거래용 외화의 대폭 감소단계’ 등 3단계로 나눠서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최근 북한은 대북제재 영향으로 보유외화가 줄고 있으나 북한의 물가와 환율 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직 가치저장용 외화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이어져 북한 경제가 3단계에 들어서면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해 북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8일 한은은 BOK경제연구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물가와 환율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과거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0년 이후로는 가장 긴 기간 안정세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의 연평균 변동폭은 2013년부터 2019년 3분기까지 마이너스 0.4%에 불과했고, 쌀 1㎏ 당 가격 변동폭도 같은 기간 마이너스 3.3%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시장 물가와 환율이 장기간 안정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북한 내에 확산된 달러라이제이션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달러가 자국 통화를 대체한 현상을 말한다. 달러라이제이션이 북한 원화의 통화 공급 증가율을 낮춰 물가와 환율 안정에 기여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시행된 2017년 이후 북한의 실물경제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인 것은 달러라이제이션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북한 무역수지 적자는 2017~2018년 연평균 22억달러로 2012~2016년 중 10억달러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3.5%와 -4.1%를 기록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낮았다.

2017년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 물가와 환율의 안정세를 설명하기 위해 문성민 한은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김병기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실장은 비교정태분석을 통해 보유외화의 감소 정도를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가치저장용 외화 감소단계’, 2단계는 ‘거래용 외화의 일부 감소단계’, 3단계는 ‘거래용 외화의 대폭 감소단계’다. 연구에서 보유외화는 가치저장용과 거래용으로 구분하고, 물가에 영향을 주는 통화량에는 거래용 외화량만 포함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최근 북한은 대북제재 영향으로 보유외화가 줄고 있으나, 북한의 물가와 환율 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직 가치저장용 외화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외화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보유외화량이 줄더라도 가치저장용 외화량만 줄고 거래용 외화량이 크게 줄지 않으면 물가와 환율은 안정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가치저장용 외화가 소진되고 거래용 외화도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문 선임연구위원은 “선행연구와 결합해 볼 때 2단계로의 진입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자국통화량이 변하지 않고 거래용 외화량만 소폭 감소하는 2단계 때는 환율 상승 압력은 받지만 통화량 감소 효과로 물가가 하락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3단계에 들어서면 물가와 환율이 함께 급등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은 “북한의 보유외화가 축소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물가와 환율의 안정성은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북한 경제가 3단계에 들어서면 북한의 물가와 환율은 동시 급등하는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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