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행복상자… 여성용품-e쿠폰까지 39가지 ‘선물’이 쏙

유근형 기자

입력 2020-01-28 03:00:00 수정 2020-01-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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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회공헌 사업도 다함께] <上> 행복얼라이언스의 저소득층 지원

“헉. 이거 실화임?”

울산에 사는 초등학생 김명희 양(12)은 지난해 12월 평소 도시락을 배달해주던 자원봉사자가 내민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연말에 의례적으로 받아오던 지원품으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아이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쌀, 비누, 칫솔, 초콜릿, 이불 등 눈에 익은 생필품도 있었지만 생경한 물품이 훨씬 많았다. 다이어트를 돕는 슈퍼시드, 유기농 과자 등 건강식품과 마스크팩, 여성용품도 들어있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사용 가능한 e쿠폰, 법률자문 쿠폰, 국제전화 쿠폰 등도 있었다. 김 양은 “예전에는 지원물품을 받아도 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내가 선물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어른이 되면 남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양이 받은 선물 꾸러미는 ‘행복얼라이언스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여러 기업으로부터 총 3억9000만 원 상당의 기부 물품 39종을 받아 하나의 패키지인 ‘행복상자’로 만든 것이다. 행복얼라이언스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행복나래의 조민영 실장은 27일 “어느 한 기업이 어려운 이웃들의 다양한 처지에 맞는 물품들을 모두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며 “여러 기업과 참여자들의 힘이 모여 한 단계 진화한 행복상자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행복상자 배달에 참여한 행복도시락사회적협동조합 안혜정 매니저는 “행복상자를 받는 사람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라며 “배달을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의 진정성이 전달되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행복상자를 기획한 행복얼라이언스는 2016년 11월 만들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공헌 연합체다. 점차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를 기업, 개인,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해결하려는 집합체다. 출범 당시 14개였던 참여 기업은 1월 현재 46개사로 늘어났다. 반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건강, 다문화, 장애 등 ‘저소득층의 삶 개선’이라는 포괄적 과제에서 ‘아동의 건강과 결식’이라는 구체적 과제로 좁히고 집중했다.

이같이 서로 다른 전문성이나 자원을 가진 주체가 협업하는 방식을 학계에선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고 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공유가치창출(CSV) 개념을 도입한 마크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개념이다. 조 실장은 “돋보기 하나로 불꽃을 피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렌즈 여러 개를 포개면 더 빠른 시간 안에 불꽃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집합적 임팩트는 기업들의 기존 사회공헌 활동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에는 한 기업이 단독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보여주기식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홍보 또는 마케팅팀이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하면 사회문제 해결보다는 사회공헌 실적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주요 기업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액은 약 126억 원(208개사)으로 1998년(약 22억 원·147개사)의 약 6배로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액수의 증가만큼 수혜자들의 체감도는 높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1개 기업이 단순히 1개 기관을 후원하는 형태는 투입된 자원만큼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집합적 임팩트 방식은 국내 사회공헌 사업의 트렌드를 서서히 바꾸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자폐성 장애인 임팩트 네트워크(A.I.N)’도 이 같은 방식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대표 사례다. 사회혁신 컨설팅업체 ‘엠와이소셜컴퍼니’가 2016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컴퓨터와 영어 등 특정 분야에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인을 지원해 ‘소프트웨어(SW) 테스터’로 키워내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SW 기업 SAP 한국지사와 세브란스병원, 소셜벤처 ‘테스트웍스’, ‘모두다’ 등이 참여했다. 테스트웍스가 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인에게 SW 테스팅 국제자격증을 얻도록 교육했다. SAP코리아는 3주간 인턴십 과정을, 세브란스병원은 의학적 도움을 줬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자폐성 장애인 교육 센터는 많지만 진정한 자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집합적 임팩트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여러 주체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게 사회적 자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 ::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문성이나 자원을 가진 주체가 협업하는 방식.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공유가치창출(CSV) 개념을 도입한 마크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개념.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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