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한국지엠 구세주로 손색없다

뉴스1

입력 2020-01-20 10:18 수정 2020-01-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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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일블레이저는 위기의 한국지엠(GM)을 구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희망적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 온 글로벌 전략 차종이다. 내놓는 차종마다 시원찮은 반응으로 고전해온 한국지엠이 국내 소비자들이 환영할만한 성능 및 편의사항을 갖추고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경쟁차종과 직접 맞붙기보다는 틈새를 공략하는 노림수까지 갖췄다.

지난 1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김포시 양촌읍의 목적지까지 47㎞ 구간을 시승해봤다.

이날 기자단 시승회에서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이 차량에 각각 한 명씩 함께 타는 유례없는 시도를 했다. 엔지니어들은 기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잘 설명해 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던 배경이란 생각이다.

시승회에서 한국지엠은 5개 트림 중 가장 상위모델인 액티브와 RS(랠리 스포츠)를 시승차량으로 운영했는데 기자가 운전한 차량은 액티브 모델이었다.

액티브에는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m의 힘을 내는 1.35ℓ 가솔린 E-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말리부에 적용돼 호평받은 엔진과 같아 성능은 이미 검증됐다. 한국지엠은 3번째 등급인 프리미어 모델부터 RS 모델에는 이 엔진을 달았고, 1·2번째 트림인 LS·LT에는 1.2ℓ 가솔린 엔진을 실었다.

GM의 다운사이징 기술이 집약돼 2리터 엔진과 비슷한 성능을 내지만 제3종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보너스다. 낮은 배기량에 따른 세제 효과는 물론 공영 주차장 할인 등 친환경 차량과 같은 각종 혜택도 받는다.

성능은 딱히 흠 잡기 힘들었다. 1600rpm부터 성능을 내는 최대 토크 덕에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나무랄 데 없는 가속성능을 냈다. 응답성이 좋아 운전의 재미가 있었다. 시속 120㎞/h까지는 어느 구간에서도 답답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 이상의 고속구간에서도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빫으면 빠르게 선행 차량을 추월한다.

정숙성도 만족스러웠다. 운전자와 동승자로 2시간가량을 타봤지만 시끄럽다는 인상은 없었다. 80㎞/h 이하 구간에서는 진동은 물론 노면소음이나 풍절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100㎞/h를 넘어가면 노면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쉐보레 SUV 차량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웠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도 체험해봤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자가 설정한 속도대로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면서,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질 경우 차량 스스로 서서히 간격에 맞춰 서행할 수 있는 장치를 뜻한다. 현재 판매 중인 트랙스,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한국지엠 RV 라인업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들어가지 않는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선을 이탈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셀토스 등과 달리 양차선을 넘어설 때만 경고음이 울리며 이탈을 방지해 준다. 때문에 운전자는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간섭해 줘야 한다. 이는 기술부족이 아닌 방식의 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직 자율주행기술이 성숙단계가 아닌 만큼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정도로는 만족스럽단 판단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SUV와 준중형SUV 사이에 위치한 모델이다. 쉐보레 라인업에 트랙스가 이미 자리하고 있는 만큼 준중형SUV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차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전장x전폭x전고는 4425x1810x1660㎜다. 준중형 SUV인 기아차 스포티지(4485x1855x1635㎜)와 현대차 투싼(4480x1850x1650㎜)보다 작다. 소형 SUV인 기아차 셀토스(4375x1800x1615㎜)와 쌍용차 티볼리(4225x1810x1615㎜)보다는 크다. 직접 경쟁차종을 설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수요를 찾으려는 수로 읽힌다.

쉐보레는 국내에서 개발을 책임진 차량답게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첨단·편의사양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애플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하면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바로 연결돼 내비게이션, 스트리밍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기존 USB 유선 케이블로 연결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줄였다. 상당수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을만한 기능이다. 안트로이드 오토는 구글 정책에 따라 추후 적용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도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발로 트렁크 아래쪽을 차는 시늉을 하는 ‘킥 모션’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을 때 용이한 기능으로 동급 차종에선 최초 적용됐다.

이 모델의 공인연비는 12.9㎞/ℓ였지만, 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고속주행 등으로 인해 실제 시승 연비는 9.4㎞/ℓ가 나왔다.

가격 경쟁력은 셀토스를 타깃으로 한다. LS 1995만원, LT 2225만원, 프리미어 2490만원, 액티브 2570만원, RS 2620만원이다. 셀토스 가격은 1965만~2685만원이다. 크기는 셀토스보다 크지만 가격은 셀토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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