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길 목사 “입보수-입진보의 궤변이 세상을 현혹”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1-20 03:00:00 수정 2020-01-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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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원로이자 ‘복음주의 맏형’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10개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 다시 10개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100개의 거짓말이 필요한데, 결국 독재나 전횡이 불가피하다.”

한국 복음주의의 맏형으로 불려온 개신교 원로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78)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일부 인사의 궤변을 앞세운 ‘말의 정치’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구촌교회 원로 이동원 목사, 작고한 옥한흠 하용조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꼽혔다. 장애인학교인 밀알학교 설립자이자 1993년 북한을 돕기 위한 최초의 민간단체 ‘남북나눔’ 이사장으로 30년 가깝게 활동을 펼쳤다. 이 단체는 약 1500억 원 상당의 분유와 의약품 등을 북한에 지원했다. 홍 목사도 60회 넘게 방북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 이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2020년 희망의 메시지를 달라.


“2020, 숫자로 보면 희귀한 해다. 두 자리씩 좌우가 대칭되는 해는 2000년간 몇 차례 없다. 1919년에는 왕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씨앗을 뿌렸다. 이후 100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부가 100주년 관련 위원회도 만들고 예산도 많이 썼지만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다.”

―어떻게 진행했어야 했나.

“본래 동양에서는 자유란 표현 자체가 낯설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때 서양 고전을 번역하면서 만든 단어로 알고 있다. 스스로 자(自), 말미암을 유(由).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과 북한 등 사회주의권에서 ‘자유, 자유주의자는 버릇없다’고 생각할 때 쓰는 말이다. 비폭력 평화운동의 관점에서 우리가 세계에 기여한 것이 3·1운동이다. 하지만 정부는 1948년 정권 수립을 부정하는 차원에서 3·1운동을 꺼냈을 뿐 제대로 조명을 못 했다.”

―여러 차례 만났지만 올해 말씀이 가장 비판적이다.

“이 정부는 너무 말에 의지한다. 말은 실재(實在)가 있어야 한다. 말 재주꾼 몇 사람이 궤변으로 정부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보수 쪽은 어떤가.

“진보, 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깊은 사유 없이 온라인에서 배설하듯 얘기하고, 그걸 정치라고 하면 안 된다. 좋은 생각 한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이 뭘 했는가, 뭘 하는가를 봐야 한다. 발달심리학자인 장 피아제는 자신의 아이가 어떤가를 알려면 유리창 밖에서 무얼 하는지 지켜보라고 했다. 입만 보수, 입만 진보는 의미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 쪽에서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분이 쓰는 언어 품격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당연히 같이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했다.”

―남북나눔 차원의 교류는 어떤가.

“북에서 안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다.”

―오랫동안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을 했다.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남북 관계의 현주소는 북이 남쪽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대남 활동에 관계한 북측 인사들은 숙청당하거나 사라졌다. 문제가 생길 때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 북-미 대화는 남측이 설득해 ‘최고 존엄’ 김정은이 전면에 나섰고 북한 주민에게 엄청난 희망의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그 먼 길을 돌아갈 때 김정은이 느꼈을 배반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격의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북의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자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떠도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북 관계가 막혔다고 하지만 할 일이 많다. 탈북민들이 세계 도처에서 고생하고 있다. 지금이 도울 때다. 북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기분 나쁘지 않게 할 소리는 해야 한다.”

―요즘 어떤 기도를 하나.

“새벽 4시 일어나면 하나님께 두 가지만은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는 신앙, 또 하나는 자유다. 이것은 목숨을 걸고라도 물려줘야 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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