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도 애용한 ‘퀼팅’, 내 추위도 가져가 주렴!

동아일보

입력 2020-01-17 03:00 수정 2020-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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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뭐 입지?


겨울이 한창인데 입을 외투가 없다. 뭘 입어야 할까? 옷장을 열어보면 작년 ‘대세템’이었던 롱패딩과 코트가 덜렁 걸려 있다. 먼저 롱패딩. 따뜻하긴 하지만 올겨울 날씨는 그렇게 춥지도 않고 옷의 길이가 길어 괜히 내 키가 짧아 보일까 두렵다. 그 다음은 코트.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란 말도 있다지만, 정장바지 대신 청바지와 면바지에 매치하자니 좀 어색하다.

버버리의 다이아몬드 퀼팅 재킷. 가격은 100만 원대.

결론부터 말하자면 ‘퀼팅(퀼트)’이 딱이다. 퀼팅 재킷이 없다면 한 벌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옷 입는 스타일을 많이 바꿨지만 퀼팅 재킷만은 버리지 않았다. 한겨울 내복 같은 기본 아이템으로, 없으면 겨울을 날 수 없을 지경이다.

퀼팅이라는 단어는 속을 채운 봉투라는 뜻의 라틴어의 ‘culcita’ 또는 ‘culcitra’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60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기법이다. 오래전 이집트 파라오의 망토에서 발견된 만큼 고귀함을 상징하는 무늬였다. 그러다 11∼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갑옷 안에 받쳐 입는 옷으로 영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이 혹독한 겨울을 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류준열, 지진희 같은 패셔니스타들이 즐겨 입어 부쩍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캐주얼과 정장에 모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요즘은 멋쟁이 회사원들이 오피스룩으로도 많이 입는다. 그 덕분에 바버, 버버리, 랄프로렌 등 퀼팅 자켓이 대표 상품인 브랜드도 급부상 중이다.
바버의 헤리티지 리데스데일 재킷. 가격은 20만 원대.
왜 퀼팅 재킷을 사야 할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날씬해 보인다. 연말 연초라 회식도 많고 맛집 갈 일도 많다. 늘어나는 뱃살을 감추고 싶다면 퀼팅이 딱이다. 퀼팅 재킷의 다이아몬드 패턴은 정사각형보다 몸의 실루엣을 잡아주고 날씬하게 보이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정사각형 패턴의 ‘아저씨 패딩’과 달리 다이아몬드 패턴의 퀼팅 재킷은 체형 보정이 되는 좋은 아이템이다.
둘째, 따뜻하다. 퀼팅은 원단의 앞면과 뒷면 사이에 솜을 넣어 박음질한 디자인으로 두께가 얇지만 보온성을 극대화한 옷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군대에서 입었던 ‘깔깔이’를 기억할 것이다. 한겨울 그것 하나 걸치면 웬만한 추위는 견딜 수 있다. ‘얼죽코’도 존중하지만 추위에 마음이 움츠러들지 않으려면 퀼팅이 제격이다.
셋째, 코디가 편하다. 다양한 색감의 청바지와 캐주얼한 카고 바지, 댄디한 스타일의 면바지까지 모두 다 퀼팅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받쳐 입을 이너웨어로도 니트, 셔츠 등 안 어울리는 옷이 없다. 여기에 색깔이 있는 머플러나 비니 모자를 매치하면 겨울 코디로 손색이 없다.

올겨울이 예년보다 덜 춥다지만 아직 겨울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꽃샘추위까지 생각하면 석달은 더 추울지도 모른다. 옷장 속 롱패딩과 코트를 번갈아 입는 것보다 이번 기회에 퀼팅 재킷을 하나 사는 것을 추천한다. 정말 겨울 내내 교복처럼 이것만 입을지도 모른다. 워크웨어가 글로벌 트렌드이고 캐주얼라이징이 대세지만, 대세를 떠나 한 아이템이 6000년 동안 사랑을 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이승진 롯데백화점 남성패션 담당 치프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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