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윤종원에 힘 실었지만…기업은행 사태 ‘점입가경’

뉴시스

입력 2020-01-15 07:18:00 수정 2020-01-15 0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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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낙하산 논란 일축…노조 "약속부터 지켜라"
출구전략으로 '노동추천이사제' 요구 관측도
노조·기업은행 "노동추천이사제 논의 없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임명된지 13일째를 맞는 15일에도 기업은행 노동조합(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이어지며, 좀처럼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낙하산 논란’을 일축했지만, 노조는 즉각 ‘반박’에 나서며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며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행장이 자격이 미달되는 인사라면 모르겠는데 경제·금융분야에 종사를 해왔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고, 우리 정부 때 경제수석을 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했다”며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노조를 자극, 출근 저지 투쟁이 더욱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조가 전날인 13일 조합원 대토론회를 열고, 당정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반발심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노사가 이르면 이번 주 합의점을 찾고 곧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다”며 “하지만 오히려 청와대의 발언이 나름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던 노조를 자극해 투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즉각 성명을 내고 “청와대의 공식사과와 낙하산 인사 재발방지 약속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노조는 “기업은행장의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임명권은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임명절차를 바란 것이며 ‘내부 출신이 아니라고 반대해선 안된다’는 말은 그 전제가 틀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내부인사를 고집한 것이 아니라 공기업을 권력에 예속시키지 않고 금융을 정치에 편입시키지 말라는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은행장을 선임하라는 것이 어찌 조직 이기주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노조는 “오늘 발언을 보면 기업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기업은행은 기재부 지분 53.2%를 제외한 46.8%의 지분을 외국인 주주를 포함한 일반 주주들이 보유한 상장회사”라며 “하지만 지난 1961년에 제정된, 아무런 검증 없이 만들어진 은행장 선임절차를 여전히 법으로 유지하고 있다. 후보 시절 이를 개선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윤 행장에 힘을 실어주며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없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만큼, 노조가 더 이상 투쟁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더욱이 출근 저지 투쟁이 길어지면서 기업은행의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도 노조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윤 행장은 취임 후 첫 경영현안점검회의를 열어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기인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안을 챙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는 이미 완료됐다.

◇노동추천이사제가 노사 협상 카드?

일각에선 노조가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을 내세워 정상화 합의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윤 행장의 임명 철회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노조가 투쟁을 끝내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숙원사업인 ‘노동추천이사제’를 요구,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초 기업은행 노조가 추진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노동추천이사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노조는 청와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한 사과와 당정청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이러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다른 요구사항을 전달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못 박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기업은행이 지난해 초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고 이달 초에는 수출입은행이 시도해 이같은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해 노조로부터 전달받은 것도 없고, 13일 대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금융권의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업은행의)주주는 정부이지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기업은행은)근로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짚었다.

이어 “공공기관 성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존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주주와 다른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는 노동추천이사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노동추천이사제는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에도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인데,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노조의 영향력도 크고 근로 조건도 좋다”며 “대선공약에도 들어가 있고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긴 하나 공공기관이나 금융권 등 근로 조건이 좋은 곳에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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