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꽉찬 만두-매콤 닭강정… 한식에 빠진 뉴요커 “비비고, 돈 고!”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20-01-15 03:00 수정 2020-01-15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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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록펠러센터 비비고매장 가보니… 맨해튼 랜드마크에 연 팝업스토어
한식 진출 실험실 겸 전초기지… 잡채-김치볶음밥 등 젊은층에 인기
CJ “월마트 등 대형유통업체 공략… 비비고 매출 2조원으로 늘릴것”


13일(현지 시간) 점심 무렵 CJ제일제당이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비고 투 고’에서 미국인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만두, 잡채(왼쪽 사진), 닭강정 등이 인기 메뉴다. 사진 출처 비비고 USA 페이스북·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유산균과 시큼한 맛의 김치 등 한식을 사랑해요.”

13일(현지 시간) 점심 무렵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다음 달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여는 CJ제일제당의 팝업 식당 ‘비비고 투 고(Bibigo to go)’ 매장에 들어선 에번 무어 미 NBC 부사장이 스스로를 비빔밥의 ‘빅 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무실 근처에 한식당이 생긴 것을 보고 바로 방문했다. 한시적이 아니라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약 109m²(약 33평) 넓이의 이 매장에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익숙한 K팝이 흘렀다. 매콤한 한국 음식 냄새에 끌린 뉴요커들이 곧 식당을 가득 채웠다. 직원들의 손놀림도 한층 빨라졌다.


○ 맨해튼 한복판의 ‘한식 실험실’

록펠러센터는 NBC 스튜디오, 라디오시티 뮤직홀, 아이스링크, 뉴욕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톱 오브 더 록’ 전망대 등을 보유한 맨해튼의 랜드마크다. 일일 유동 인구만 25만 명. 특히 유행에 민감하고 낯선 외국 음식에 거부감이 작은 20대 직장인만 약 3만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아마존의 무인 계산대 매장 ‘아마존 고’, 고급 베이글 전문점 ‘블랙시드’, 한국계 데이비드 장 셰프의 퓨전 버거 브랜드 ‘푸쿠’ 등도 입점해 있다. 록펠러센터 측은 “퓨전 음식이 아닌 한국인이 먹는 진짜 전통 한식을 소개해 달라”며 이례적으로 CJ에 팝업 매장을 허가했다.

‘비비고 투 고’ 매장의 주력 음식은 만두, 김밥, 잡채, 김치볶음밥, 닭강정 등이다. 주문 후 바로 음식을 내주는 ‘퀵 서비스’와 ‘포장 서비스’도 가능하다. 배달대행회사 우버이츠 등과 계약했기 때문이다. 박은선 CJ제일제당 마케팅 담당 부장은 “매장의 손익분기점은 하루 매출 2000달러(약 230만 원) 정도인데, 현재 약 4000달러가 팔린다. 록펠러센터 측에서 상설 매장을 제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매장은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한식 문화를 알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탐색하기 위한 실험실 겸 전초기지다. CJ는 이 매장에서 인기 있는 김치볶음밥 등을 포장 음식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뉴욕대, 브로드웨이 등 젊은이들이 많은 맨해튼 요지에 ‘비비고 푸드트럭’도 설치할 계획이다.


○ ‘K만두’로 올해 미 매출 2조 원 돌파

현재 뉴욕에서는 각각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식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이털리(Eaterly)’, ‘리틀스페인’이 인기 있다. ‘비비고 투 고’ 역시 장기적으로는 특정국의 식문화를 한곳에서 선보이는 ‘테마 푸드홀’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는 미국 등 56개국에서 만두 잡채 밥 등 6가지 100여 개 비비고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비비고 브랜드 매출은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CJ의 해외 매출 비중 중 30%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9000억 원어치가 팔린 만두가 ‘효자 상품’이다. 피가 얇고 채소 등의 소가 풍성한 한국식 만두로 CJ는 2016년 미국에서 중국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 만두 회사로 올라섰다.

CJ는 ‘K만두’의 성공을 토대로 잡채, 한국식 치킨(닭강정) 등 냉동 가정간편식(HMR), 김 등의 판매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피자 등 냉동식품 브랜드 슈완스컴퍼니도 인수했다. 손은경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올해는 월마트 등 미 대형 유통업체를 공략하는 원년”이라며 “비비고 매출을 2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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