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인증한 ‘유기농 김’ 전도사… 젖먹이 업고 수산 수출길 개척

동아일보

입력 2020-01-15 03:00:00 수정 2020-01-15 05: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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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産혁신, 바다에서 미래를 연다]동아일보-해양수산부 공동 기획

전남 신안군 신안천사김 공장에서 수출용 조미김을 생산하는 모습. 신안천사김은 미국을 포함한 7개국 코스트코 매장에 조미김과 스낵김을 납품하고 있다. 신안천사김 제공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이런 환경에서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자 미래를 향한 기회다. 남다른 노력과 혁신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어업, 양식, 유통, 수출 기업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한국 수산업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한다. 》

‘신안천사김’ 권동혁 대표… 조미-스낵김 등 모든재료 유기농

美대형마트 납품후 각국 주문쇄도, 6년만에 ‘5000만불 수출탑’ 일궈

김 수출 기업 ‘신안천사김’ 권동혁 대표(58·사진)는 처음에는 마른 김을 도소매로 판매하는 일로 시작했다. 도소매업체를 운영하며 마른 김을 국내 대형마트에 납품했다.

그가 ‘조미김’으로 방향을 튼 건 2004년. 조미김 수요가 늘어나자 ‘예맛식품’을 설립했다. 2006년부터는 일본 등으로 조미김을 수출했다. 그러나 수출 규모는 크지 않았고 국내 판매가 주력이었다.

기회는 2011년 찾아왔다. 미국 유통회사 코스트코 관계자들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납품받을 김 업체를 물색하러 방한한 것. 이들은 식품 대기업을 포함한 복수의 국내 업체를 후보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다 예맛식품을 낙점했다.

그러나 경기 이천의 예맛식품 공장만으로는 납품 물량을 맞출 수 없었다. 권 대표는 이에 2012년 전남 신안에서 새 법인 신안천사김을 설립하고 공장도 세웠다. 수출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공장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미국 내 코스트코 납품은 ‘대박’이었다. 신안천사김은 지난해 기준 미국 내 543개 코스트코 매장에 조미김, 스낵김 등을 납품 중이다. 미국 코스트코 납품액만 지난해 기준 월평균 350만 달러(약 40억5000만 원)에 이른다.

이를 발판으로 캐나다, 멕시코, 호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내 코스트코로 납품 국가를 늘렸다. 코스트코 외에 미국, 호주, 이스라엘 유통업체에도 김을 납품하고 있다.

신안천사김이 빠른 시간 내에 수출 국가를 늘릴 수 있었던 데는 2015년 미 농무부 국제 유기농 표준(USDA NOP)인증을 획득한 덕이 컸다. USDA NOP 기준에 맞춰 마른 김부터 해바라기유, 참기름 등에 이르기까지 조미김의 모든 원료를 유기농으로 쓰고 있다. 계약 중인 물김 양식장 4곳에도 ‘유기농 물김’을 생산하도록 관련 설비를 지원 중이다.

이런 노력 덕에 권 대표는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 행사에서 ‘5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2018년 7월부터 1년간 신안천사김이 기록한 수출 실적은 5226만 달러, 우리 돈 약 605억5000만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 실적이 4556만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신안천사김의 목표는 ‘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 신안천사김 관계자는 “김이 미국 등 해외에서 seaweed(해초)나 일본어인 ‘노리(のり)’로 불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전 세계에 한국 김을 수출해 외국인들이 김을 ‘김’이라고 부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에스엘에스컴퍼니’ 김수경 대표… 유럽박람회 생후 70일 아기와 동행

한국산 냉동 바지락 중개무역 시작, 연어-생선포 등 37개국에 수출

김수경 에스엘에스컴퍼니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2018년 4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수산박람회 현장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협의하고 있다. 김수경 에스엘에스컴퍼니 대표 제공

김수경 에스엘에스컴퍼니 대표(47·사진)는 2011년 태어난 지 갓 70일이 된 둘째 아들을 안고 벨기에 브뤼셀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유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었다. 갓난아기를 동반한 13시간이 넘는 비행의 목적은 유럽수산박람회 참가. 김 대표는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해 해외 영업을 시작하던 때라 해외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 박람회에서 만나 나에게 ‘미쳤다’고 했던 유럽 바이어들과는 지금도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 가공품 전문 무역 기업인 에스엘에스컴퍼니는 2009년 설립됐다. 수산물 수출 전문 무역상사에서 10년간 해외 영업 일을 하던 ‘워킹맘’ 김 대표가 나와 차린 회사였다. 본격적인 해외 영업을 시작한 건 2010년부터. 출산도, 육아도 신생 기업 대표가 된 그의 시장 개척 열정을 막진 못했다.

갓난아기와 함께한 투혼으로 김 대표는 2011년 48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5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해외 영업 시작 첫해인 2010년 매출 145억 원을 거둔 데 이어 이뤄낸 쾌거였다. 성과는 2014년 ‘1000만불 수출의 탑’으로 이어졌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한국산 냉동 바지락을 수출한 것이 시작. 중국과 베트남에서 가공한 연어와 생선포를 브라질에 수출하고, 베트남산 냉동 메깃살을 콜롬비아에 수출하는 등 중개무역 시장도 공략했다. 에스엘에스컴퍼니가 직수출과 중개무역으로 2018년 거둔 매출은 286억 원. 김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은 보통 한국산만 콕 집어 찾기보다 아시아 전체 상품을 찾는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한국산은 물론이고 중국산, 베트남산 등으로 선택지를 다양하게 구성해 놓으면 중국산만 찾던 바이어들도 나중에는 한국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에스엘에스컴퍼니가 지난해까지 직수출과 중개무역으로 제품을 수출한 국가는 37개국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리비아,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도 있다. 김 대표가 1년에 20개국 이상을 돌며 영업한 결과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뭘까. 그는 “지난해 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며 “10년간 추진해 온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중국 지도를 펼쳐놓고 다짐했습니다. 식품 안전성이 높은 한국산 수산 가공품으로 무역 장벽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중국 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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