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한 축 스타트업의 혁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동아닷컴

입력 2020-01-14 15:24 수정 2020-01-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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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에게 2019년은 힘겨운 해였다. VCNC의 서비스 타다를 두고 택시업계와 모빌리티업계의 충돌은 상징적이었다. 스타트업의 혁신이 마치 기존 산업과 갈등만 일으키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스타트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고용창출과 소비자 후생으로 젊은 경제를 이끌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스타트업 단계를 거쳐 매출 1000억대로 성장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고용 규모가 22만5000명으로 삼성에 이어 고용 규모 2위에 해당한다.

지금처럼 성장 정체로 고전하는 우리 경제에 이처럼 고용과 매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업들이 필요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군다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통해 낙후된 재래산업에 혁신을 가져오면서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기술과 소비자 후생의 극대화에 초점을 둔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과 성장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 세미나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O2O(Online to Offline) 방식의 대리운전 서비스가 소비자 후생을 21% 증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올해 역시 지난해처럼 스타트업들은 혁신과 성장을 둘러싼 이해관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글로벌기업 딜리버리 히어로가 운영하는 요기요와의 기업결합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의 살길이 재래산업을 신산업으로 진화시키는 혁신 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존 재래 산업의 변화나 혁신 없이는 국내 서비스의 고도화나 질적인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결국 국내 소비자들이 질 높은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그리고 대기업들과 더불어 이러한 혁신을 이끌 주체가 바로 스타트업들이다.

대기업들의 혁신이 점진적이라면 스타트업들은 급진적이다. AI,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래산업을 신산업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재편에 따른 변화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책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이해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기 부진 탈피의 핵심 방안인 서비스산업의 성장을 위해 규모 있는 스타트업, 즉 유니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최정표 KDI 원장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지적을 했다. 최 원장은 우리 경제를 50, 60년이 된 집으로 비유하며 리모델링을 통한 산업들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지적했다. 서비스산업이 전통적인 인력 중심의 고비용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탈바꿈하려면 무엇보다 빅데이터와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토대로 한 신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스타트업과 유니콘 같은 신기술 기업들이 창조적인 비즈니스모델과 기술, 자본을 결합해 서비스산업의 구조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함을 넘어 이제는 숙명과도 같은 외길이다.

둘째, 혁신에 수반되는 독점과 후생을 상호보완적이고 수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신뢰하는 조언자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화적인 인물 피터 틸은 그의 책 ‘제로투원’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대를 앞당긴 회사로 평가받는 페이팔을 창업하고 페이스북, 링크드인을 비롯한 많은 인터넷기업들에 초기 투자를 성공으로 이끈 피터 틸은 플랫폼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창조적 독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조적 독점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로부터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며, 이것이 혁신이라고 보았다. 이 혁신을 위해 훌륭하고 명확한 계획을 가진 회사가 처음에는 늘 과소평가된다고도 했다. 틸의 이러한 시각은 재래 산업들에 창조적 파괴와 재편을 가져온 플랫폼 기업들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혁신과 후생은 상대적이고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며 상호보완적, 수렴적으로 진화하는 개념이다. 특히 성장 정체에 빠져 낙후된 재래 산업을 창조적으로 재생시키는데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셋째, 시장 규모이다. 재래산업과 시장의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산업과 시장의 규모가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 시장의 크기를 고려할 때, 글로벌 자본의 유입을 통한 해외 진출은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성장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해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넷째, 정책 패러다임이 산업과 시장에 이로운 혁신적 진화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강조되는 스케일 업이 가능하려면 외국 기업과의 제휴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스타트업들의 우수한 기술이 해외자본과 다양한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책 환경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베놈이라는 스타트업이 공개한 2019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각각 50억 달러, 1,6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인도 벵갈루루, 일본 도쿄와 같은 주요 아시아 도시는 물론 서울보다 크기가 작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조차 서울의 3~5배의 가치를 나타냈다. 이는 우리의 스타트업 정책 환경이 크게 바뀔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 우리나라 경제에서 젊은 스타트업과 유니콘들이 대기업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정부 역시 경제 활성화와 산업 개혁을 위해 젊은 기업들을 키우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혁신과 변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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