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까지 눈독 한진家…봉합이냐 확전이냐 운명은

뉴스1

입력 2020-01-14 07:10 수정 2020-01-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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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뉴스1DB)© 뉴스1
한진가(家)의 위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참여를 요구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저격하자 호시탐탐 경영권을 위협하던 외부세력이 야심을 드러냈다.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최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을 17.29%까지 끌어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8.28%를 확보한 반도건설까지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KCGI는 한진가(家)와 날을 세우고 있고 반도건설은 어느 편에 설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위협요인은 이들 외부세력이 가족 내분을 기회로 삼아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발로 촉발된 한진가 내분이 계속될 경우 경영권을 통째로 뺏길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KCGI·반도 가족 분쟁 먹잇감…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아’

© News1
14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기준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 조현아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31%) 등 한진가 지분율은 24.79%다.

KCGI와 반도건설 보유 한진칼 지분은 총 25.57%다. 특수 관계인이 있긴 하지만 이들 외부세력 보유 지분율이 한진가를 웃돈다. 한진가에서 한명만 돌아서도 경영권 위협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발생한 언쟁 사건을 공식 사과하긴 했지만 완전한 갈등 봉합으로 보긴 어렵다.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조현아간 가족 분쟁은 외부 세력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경영에서 배제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반발이 계속될 경우 KCGI가 이를 부추길 수도 있다. 공동 경영과 함께 그룹 총수를 보장할 테니 힘을 더해 조원태 회장을 축출하자고 나서는 식이다.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한진가 내분이 계속되면 이같은 움직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영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주목해야 한다. 반도건설은 조원태 회장이나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어느 쪽과 연대하더라도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어느 쪽에서 서더라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의제기로 촉발된 분쟁이 그동안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해왔던 세력들에게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호텔 부문 등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2015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계열분리에 나서려면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해서다.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 작고 후 형제의 난을 겪었던 고 조양호(장남)·조남호(둘째)·조수호(셋째)·조정호 회장(막내) 형제는 항공, 중공업, 해운, 금융 부문을 나눠 가졌다.

이는 당시 순환출자 체제를 갖춘 그룹 지배구조 특성상 가능했다. 계열별로 순환출자 고리만 끊으면 손쉽게 분리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형제간 분쟁을 수습했다.

반면 현재 한진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계열분리가 쉽지 않다. 호텔사업을 떼려면 칼 호텔네트워크 등 계열사 분사와 함께 해당 기업 지분을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다시 가져와야 한다. 방식도 복잡한데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 어떤 선택해도 ‘자충수’…내분 수습에 무게

당장 올해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가 문제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등을 돌리면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장담할 수 없다. 굳이 KCGI와 손을 잡지 않더라도 반도건설 등을 등에 업고 조원태 회장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반도건설의 경영참여가 가족 분쟁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 분쟁이 확전되면 경영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다시 뭉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총수 축출에 실패하거나 성공해도 양쪽 모두 후폭풍이 상당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명희 전 이사장 및 조현아 전 부사장 보유 한진칼 지분율은 11.8%다. 둘 모두 KCGI와 손을 잡는다고 가정하면 이들 지분율은 29.09%가 된다. 반도건설과 연대하면 20.8%다.

이명희 전 이사장 및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한 조원태 회장 특수관계 지분율은 17.14%다. 우호군인 델타항공(10%)이 조원태 회장에 가세하면 경영권 방어 쪽 지분율은 27.14%다. KCGI와 손을 잡으면 축출이 가능하지만 반도건설과의 연대만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서 고려해야할 부분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이 연루된 밀수(관세법 위반혐의) 및 불법가사 도우미 고용혐의가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정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2018년 4월 2만5000원선을 오가던 한진칼 주가는 해외명품 밀반입 수사가 본격화된 7월 1만6400원선까지 폭락했다. 같은해 10월까지도 1만8000원 안팎까지 떨어졌고 이는 KCGI가 지분을 매입해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게 된 단초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KCGI를 끼고 경영권을 뒤흔들면 공멸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반도건설과 연대해 경영권을 위협했다 실패하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에 사업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공동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델타항공 도움으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면 사업 부문에서 반대급부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조현아 전 부사장발 내분이 사업에 불이익을 가져왔다는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후폭풍이 상당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3월 주총까지 가족 내분을 수습하고 조원태 회장 체제를 지키자는 쪽으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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