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제안 남북협력, 모두 제재위반 소지

한기재 기자

입력 2020-01-09 03:00 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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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서 언급한 ‘5대 사업’ 논란
안보리, 합작사업-현금유입 금지… 개성공단 재개-육로연결 다 걸려
금강산관광, 제재 피할 순 있지만 ‘영리목적 교류’ 지적 나올 가능성
DMZ 구상도 안보리 승인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 구상과 함께 제시한 5대 남북협력 사업을 두고 대북제재 저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실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국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미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무리한 사업 추진에 나설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함께 북한에 제안한 5대 남북협력 사업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접경 지역 협력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스포츠 교류 등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안. 하지만 이들 경제협력은 현재로서는 제재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업 모두 대북 합작 사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와 대량 현금 유입을 금지한 2087호를 위반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선 금강산 관광의 경우 관광 자체는 제재위반이 아니어서 대량 현금 유입만 피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재 우회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 한국이 ‘제재의 구멍’이 됐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줄 수 있는 만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동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리 목적의 인적교류는 안보리 결의 정신에 어긋난다. 추후 전문가 패널보고서 등에서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거듭 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안보리의 승인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기계 운송 및 전자기기 등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한 결의안 2397호에 위반되기 때문. 실제로 이 사업은 2018년 정부가 철도·도로 연결 공동조사와 착공식 과정에서 미국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 발족으로 이어졌다.

DMZ ‘국제평화지대’ 사업과 DMZ 유네스코 등재 구상은 경협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높지만 여전히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남북협력 사업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강경한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호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어떤 게 제재에 걸리고 어떤 게 걸리지 않는 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한미 워킹그룹을 개최해 본격 협의에 나설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당장 다음 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해당 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라는 평가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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