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보복공격에 수출회복 빨간불…韓기업들 “사태 예의주시”

뉴시스

입력 2020-01-08 12:54 수정 2020-01-0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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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리스크 장기화 시 유가 상승 및 수출회복에 '빨간불'
국내 기업들 "이란 샅태 장기화 시 기업 실적에 여파 있을 수 있어"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공습을 가하는 등 중동 정세가 격화하자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수출회복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이란과 미국간 갈등 격화로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삼성, LG, SK, LS 등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은 이란 사태와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기업은 이란과의 직접적인 비즈니스 관계는 적은 편이라, 미국과 이란 갈등 고조로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유가 상승 및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제정책팀 홍성일 팀장은 이란 사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이란과 관련이 있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들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홍 팀장은 “올해에는 석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상승하면 1년에서 1년 반 이후에 실물경제가 침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 사태 장기화 시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가 감소하는 상황이었으나, 이란 사태로 잠재적인 불확실성 요인이 커졌다”면서 “작년에 좋지 않았던 수출이 올해는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이란 사태가 찬물을 끼얹는 형태가 됐다”고 했다. 중동발 리스크가 고조되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리스크가 고조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 엔화로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협력 실장도 중동 사태와 관련해 “단발성으로 끝날 지 더 악화가 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악화된다면 유가 상승 및 환율이 급등하는 등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엄 실장은 이어 “우리 기업들의 경우 이란과의 직접적인 비즈니스 관계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게 되면 원유수송로 확보에 큰 애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바닷길로 세계 원유 하루 물동량의 20%에 달하는 1700만배럴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80%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로 공급된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3%에 달하며 이 물량의 대부분인 97%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이라크에서 들어오는 원유 물량은 전체의 10.9%에 달한다. 또 이번 사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 원유 수급에 큰 차질일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정유업계의 고민도 깊다. 국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태 장기화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향후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이 숨지며 이란과 미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보복 공격을 예고한 후 8일(현지시간) 새벽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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