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볼리” 부르자 공 모양 AI 로봇이 쪼르르 달려왔다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20-01-08 03:00 수정 2020-01-08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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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0]5G 기술 접목 ‘AI 로봇’ 대결 후끈

“헬로 볼리(Ballie).”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팔라조 호텔에서 열린 ‘CES 2020’ 기조연설에서 연사인 삼성전자 김현석 CE(가전) 부문장(사장)이 이같이 부르자 작은 공 모양의 인공지능(AI) 로봇 ‘볼리’가 쪼르르 김 대표 쪽으로 굴러왔다. 김 대표가 “같이 걸을래?”라며 이동하자 볼리는 1, 2m 간격을 유지하며 그를 따라갔다. 그가 멈춰서 “귀여운 녀석, 이리와”라고 하자 그때서야 볼리는 김 대표에게 바짝 붙었다. 마치 충직한 반려견처럼.


○ 로봇, 사람의 친구

삼성전자는 ‘CES 2020’의 사실상의 개막식인 기조연설에서 첨단 하드웨어와 AI 기술이 결합된 개인 맞춤형 미래 로봇 볼리를 선보였다. 볼리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사용자를 인식하고, 또 주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화한다. 특히 주인이 집에 없을 때 집의 상황을 관리하고, 반려견의 사진을 찍어 주인에게 전송해주기도 한다. 만약 빈집에서 반려견이 집을 더럽히면 직접 무선청소기에 명령을 내려 청소까지 해낸다.

김 사장은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볼리는 인간 중심 혁신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로봇 연구 방향을 잘 나타내 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0’에서 로봇 대전이 펼쳐졌다. 이날 삼성전자 김현석 CE(가전) 부문장(사장)이 자사 인공지능 로봇 ‘볼리’를 소개했고(위 사진), LG전자는 부엌일을 로봇이 전담하는 형태의 ‘클로이 테이블’ 전시장을 꾸몄다. 삼성전자·LG전자 제공
5세대(5G) 이동통신, AI와 함께 로봇은 올해 CES의 주요 주제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사람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의 친구로서의 소셜 로봇이 화두가 됐다.

반려견 로봇이 있다면 반려묘 로봇도 등장했다. 중국 로봇 업체 엘리펀트로보틱스는 사람을 인식하고 쓰다듬으면 반응하는 AI 고양이 로봇인 ‘마스캣(Marscat)’을 이날 CES 전시장에서 선보였다. 주인이 마스캣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무심, 활달, 수줍음 등 6가지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반려묘처럼 “나 좀 봐” “이리로 와” 등의 지시에도 성격에 따라 반응한다.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개발자 하야시 가나메가 창업한 일본의 로봇 스타트업 그루브X도 이날 자사의 반려 로봇 ‘러봇(Lovot)’으로 인기를 끌었다. 체온과 비슷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AI 기반 자율주행으로 집 안을 다닌다. 주인을 알아보며 배를 쓰다듬으면 잠이 들기도 한다.


○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현실로 한 발짝

단순한 친구로서의 로봇을 넘어 가정에서 직접 일을 도울 수 있는 가정용 로봇들도 선보였다. 1999년 개봉한, 가사로봇이 가족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현실화가 머지않은 것이다.

중국 엘리펀트로보틱스의 반려묘 로봇 ‘마스캣(Marscat)’(왼쪽). P&G가 개발한 휴지 배달 로봇 ‘롤봇’. 각 사 제공
LG전자는 아예 로봇들이 부엌일을 전담하는 ‘클로이 테이블’ 전시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각종 로봇이 접객, 주문받기, 음식조리, 서빙, 설거지 등을 각각 담당하는 모습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 클로이 테이블을 LG 인공지능 솔루션 씽큐와 연동하면 집이나 차 안에서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음성 명령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LG 씽큐는 쓰면 쓸수록 고객의 사용 패턴에 맞춰 진화해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라며 “고객은 LG 씽큐를 통해 집 안에서 누리던 편리함을 이동 중이나 집 밖에서도 누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전자 업체가 아닌 생활용품 업체도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같은 날 P&G는 자사의 두루마리 화장지 ‘차밍’을 배달하는 로봇인 ‘롤봇(Rollbot)’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바퀴가 2개 달린 곰 얼굴을 한 로봇으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화장지를 얹고 화장실까지 가져다준다. P&G 측은 “이제 더 이상 화장실에서 휴지가 떨어져도 같이 사는 친구를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곽도영 now@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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