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좁다… 영화관-TV로 진출하는 공연

김기윤 기자

입력 2020-01-07 03:00 수정 2020-0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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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연 영화관서 상영, 뮤지컬 실황 온라인 생중계
“영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


공연은 무조건 ‘직관’만 한다? 극장, 집, 폰 ‘1열’에 앉아서 본다!

영화관, 브라운관,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연을 상영하며, 공연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공연계는 기존에도 마케팅 차원에서 연극, 뮤지컬 등을 공연장 밖에서 꾸준히 선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공연 생중계, 녹화, 상영 콘텐츠 자체만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다양한 영상 플랫폼의 증가로 공연의 ‘무대 밖 나들이’가 본격화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웃는 남자’의 9일 개막을 앞두고 1일 카카오TV를 통해 ‘시츠 프로브(Sitz Probe)’ 무대를 생중계했다. 시츠 프로브는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춰 보는 리허설로 시청자에게 생생한 공연 넘버를 전했다. 생중계를 본 시청자는 20만 명, 동시 접속자 수는 최대 1만5000명에 달했다. 관객들은 “접근이 어려운 리허설 영상을 내 방 1열에서 앉아 볼 수 있으니 짜릿하다”며 호응했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LG유플러스와 협약을 맺고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콘텐츠로 가정 내 TV 공략에 나섰다. ‘싹 온 스크린’은 2013년 시작한 예술의전당 영상화 사업의 일환으로, 촬영한 공연을 생동감 있게 편집해 상영한다. 현재까지 약 3000회를 상영해 45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클래식, 발레, 뮤지컬 등 4개 공연이 무료 VOD 서비스에 추가됐다. 방송 플랫폼과 통신 기술을 결합해 공연 실황 중계, VOD 서비스, VR 콘텐츠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창작공연의 영상화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CJ CGV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 영상화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영상화를 통한 대중화’를 목표로 연극,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오페라 등 5개 장르의 창작 공연 25편 중 4개 작품을 선정해 CGV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마치는 3월 말부터 지역 주요 거점인 영남권(부산)·호남권(광주)·충청권(청주) 3개 권역 상영관에서 진행된다.

창작산실과 아르코예술기록원이 각각 추진한 네이버 공연전시판 생중계도 그간 고무적 성과를 낳았다. 2016년부터 시범적으로 공연 생중계를 시작한 창작산실은 올해 18개 창작공연을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할 계획이다. 최정호 아르코예술기록원 과장은 “장르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2만∼3만 명이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공연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거주지에게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2014년 시작한 국립극장의 ‘NT Live’도 2월 세 작품을 국립극장에서 선보인다. ‘NT Live’는 영국 국립극장이 영미권 공연계 화제작을 촬영해 전 세계 공연장, 극장에서 상영하는 콘텐츠다.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해 상영 때마다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한국 공연계의 영상화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나, 단순 기록을 넘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영국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기획된 ‘NT Live’가 세계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듯이, 공연계의 영상화 사업은 필수적이고 고무적 현상”이라면서도 “단순 기록을 넘어 콘텐츠 자체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상 사업화가 돼야 지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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