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가공 생산업체로 출범 1년도 안돼 매출 10억원 ‘대박’

조용휘 기자

입력 2020-01-06 03:00 수정 2020-01-0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영남 파워기업]<109>나라수산
33년간 금융인 출신이 지난해 창업… 초기 급성장에 부산 업계서도 관심
입소문 나며 50여 곳 거래처 확보… 고등어 선물세트 주문 증가 기대


부산 사하구 감천동 나라수산 직원들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국민 생선 고등어를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나라수산에서 하루 처리하는 고등어량은 3t 정도에 이른다. 나라수산 제공
‘유지경성(有志竟成).’

국내 수산물가공업의 전진기지인 부산 감천항 근처 사하구 을숙도대로(감천동) 나라수산에 들어서면 이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회사)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이 말을 모토로 내건 나라수산은 부산의 시어(市魚)이자 국민 생선인 고등어 가공 생산업체다. 출범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지금까지 매출액만 1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고등어 가공업체의 90% 이상이 몰려 있는 부산의 업계에서조차 놀라는 눈치다. 12명의 직원이 한 가족처럼 뭉친 나라수산은 오용환 대표(60)가 지난해 3월 5일 창립했다.

지난해 3월 나라수산을 창업한 오용환 대표(오른쪽)와 부인 김양희 씨. 나라수산 제공
오 대표는 1982년 부산은행에 입사한 뒤 지점장으로 나올 때까지 33년간 한솥밥만 먹은 전문 금융인 출신. 그는 2015년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한 회사의 임원이 됐지만 성에 안 찼다. 열정적인 그는 ‘이름을 걸고 멋진 회사를 경영해 보겠다’는 각오로 2018년 말 창업을 준비했다. 퇴직금에 창업지원금을 보태 겁 없이 도전했다. 지인 회사에서 3개월간 생선을 만지며 실습도 했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부인 김양희 씨(57)도 거들고 나섰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딸(30)은 ‘이 집 고등어 잘하네!’라는 편지로 격려했다. 이 응원문구는 현재 나라수산의 홍보물 대표 카피다. 식품가공의 핵심인 베테랑급 직원도 10명 채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나라수산의 생산 제품은 국내산과 노르웨이산 ‘순살 간고등어’와 ‘자반고등어’ 등 4가지. 고등어 머리와 뼈가 없으면 순살, 있으면 자반이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씨알이 굵고 지방이 풍부해 상(上)품으로 친다.

나라수산이 하루 처리하는 고등어양은 3t 정도. 한 상자에 20마리와 40마리씩 냉동 포장된 제품 300∼500박스를 매일 생산한다. 노르웨이산을 제외한 고등어는 전부 오전 6시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구입한다. 작업장으로 옮겨진 고등어는 8시 반부터 천일염을 푼 얼음물에서 1차 세척 후 내장 및 뼈 제거, 2차 세척과 간 작업을 거쳐 크기별로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다. 이어 영하 40도의 급랭실에서 10시간 정도 얼려 포장한 뒤 영하 20도의 제품보관실로 옮기면 공정이 끝난다. 모든 작업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등어의 신선도 유지와 청결이다. 20년 이상 생선을 손질해 온 이행자 작업반장(66)은 “오 대표의 관심과 부탁은 오로지 청결이다. 동료들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까지 받았다. 세척공정과 작업장 및 작업도구 위생 관리가 품질과 직결된다는 오 대표의 소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정민 대리(35)는 “회사 경영방침도 선도 유지, 알맞은 간, 청결이다. 대표님은 늘 ‘우리 아이가 먹는 제품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정성을 다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 고정 거래처만 50여 곳 확보했다. 유명 음식점이나 기업체의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추석 때는 오 대표와 부인이 전국 소비처를 돌며 나라수산 제품은 ‘미스코리아 고등어’라고 발품을 팔아 3000상자를 팔았다. 고등어 선물세트는 가성비도 높아 올 설에는 주문량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어 문외한에서 고등어 박사로 변신하고 있는 오 대표는 “가슴 뛰는 일을 할 때가 행복한 것 아니겠느냐.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 퇴근할 때는 아쉬워 아침이 기다려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모임 자리에선 꼭 ‘우리나라, 대박나라’라는 건배사를 한다”고 자랑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