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vs 이.아.민’… 사과는 했지만 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

뉴시스

입력 2019-12-30 13:27 수정 2019-12-30 13:2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조원태 회장-이명희 고문, 30일 사과문 발표
지난달 그룹 인사가 조 전 부사장 '반격' 계기
'조원태-이명희·조현아·조현민' 분쟁 구도 관측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최근 빚어진 가족 간 ‘소동’에 30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다. 파장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가족 간에 서둘러 화합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이 남긴 파급력은 적지 않다. 집 안의 화병이 깨지는 등 격렬한 언쟁이 오갔고, 이에 대한 가족간 일들이 고스란이 외부로 전해졌다. 그만큼 조 회장에 대한 나머지 가족간 불협화음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이때문에 일단 사과 모양새는 취했지만 경영권 분할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조원태 회장과 나머지 여성 가족들간 신경전이 계속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른바 ‘조원태 VS 이(이명희 고문) 아(조현아 전 부사장) 민(조현민 한진칼 전무)’으로 일컬어지는 가족 간 다툼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명희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라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라고 했다.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회동을 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명희 고문의 집을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이 고문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놓고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다. 오너 가의 경영권에 압박을 가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주사 한진칼 지분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누나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율로 봤을 때 그룹 경영권의 ‘캐스팅보트’를 쥔데다 남매 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고문의 지지가 절실해진 셈이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6.52%, 조 전 부사장은 6.49%로 엇비슷하며 이 고문은 5.31%, 동생 조현민 전무는 6.4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고문은 이 자리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강조하며 암묵적으로 조 전 부사장 측의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한진그룹 인사를 계기로 조 회장과의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도 불구 인사에서 배제되며 고정 수입을 확보할 방안이 사라지자 조 회장에 대한 반발심이 커졌다고 한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의 측근들까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며 영향력을 잃자 분노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와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다른 가족들 또한 조 회장이 자신들과의 상의 없이 주변 인물들을 내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이 지난 25일 조 회장의 편을 들지 않은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상황은 독단적 결정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가족들이 처한 심리적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만약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 조 전무가 손잡으면 한진칼 주식 중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18%대로 껑충 뛴다. 단일최대주주 KCGI(17.29%)보다도 높은 지분율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과 이 고문 측이 ‘사과문’대로 가족 간 화합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룹의 운명은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 악화와 더불어 오너 가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CGI를 비롯한 한진칼 주요 주주인 반도건설 계열사(6.28%) 등이 어떤 전략을 취할 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진정한 가족 간 갈등 봉합 없이는 한진그룹 경영권은 주총 전까지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