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남기는 당신… 잡힐 꼬리도 남긴다

윤다빈 기자

입력 2019-12-30 03:00 수정 2019-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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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잡힐까’ 하지만… 사이버명예훼손 10명중 7명꼴 검거

악플러 추적 전문업체 ‘디지털장의사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가 26일 서울 송파구의 사무실에서 악플러를 추적하는 방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사무실. 악성댓글(악플) 추적 전문업체인 ‘디지털장의사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37)와 직원들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 등 온라인의 대형 커뮤니티 30여 곳에서 악플을 추적하고 있었다. 이들이 유명 연예인 이름 등 특정 단어를 입력하자 해당 단어가 포함된 모든 댓글이 1초 만에 모니터에 떴다. 그런 다음 악플이 게시된 인터넷주소(IP주소)를 특정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악플이 자동으로 캡처됐다.

이 회사는 최근엔 악플을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 악성댓글 게시자가 접속한 IP주소까지 직접 찾아내고 있다. 특정 사이트에서 악플을 단 게시자의 아이디를 확인하게 되면 같은 아이디로 다른 사이트에 가입해 올린 악플이 더 있는지를 추적한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동일한 아이디가 발견되면 이 아이디로 올린 댓글에 포함된 단어와 문장 부호, 표현 등을 통해 동일인인지를 가리고 같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특정 기술을 활용해 게시자의 IP주소까지 파악한 뒤 경찰에 신고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 씨, 구하라 씨와 관련된 악플을 남긴 30대 남성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악플 추적 전문업체가 전국에 20곳 넘게 있는데 악성댓글에 시달리는 유명인들을 포함해 업체에 악플 추적 의뢰를 맡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연예인과 모델 등 악플 삭제나 추적을 맡긴 유명인만 50명이 넘는다”며 “최근엔 특정 연예인의 팬클럽이 직접 나서 악플러를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게시된 악플 관련 수사를 위해 한국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도 해외 사이트들은 악플 게시자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명예훼손 사건은 형사처벌보다는 당사자 간의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국 경찰은 악플 중 명예훼손뿐 아니라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등 서버를 둔 국가에서 중대범죄로 여기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외 업체들의 협조를 얻어내고 있다. 경찰청은 미국에 있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본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이 회사 직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악플러의 신원은 대부분 드러난다”며 “해외에 거주하는 악플러도 IP주소를 추적해 검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1만 건이 넘는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사건이 신고되면서 악성댓글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도 차츰 많아지고 있다. 엄태섭 변호사는 “악플러를 처벌받게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연예인은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예전엔 잘못을 인정하면 선처하겠다는 연예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엄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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