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김두식 대표변호사, “로펌이 힘을 발휘하려면 구성원 전체가 ‘원팀’으로 시너지 효과 내야”

장관석 기자

입력 2019-12-30 03:00 수정 2019-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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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가진 우수한 인재 풀 보유… 분야별로 치열한 토론 거쳐 협업
‘한국 법률 대상’서 8개 부문 수상
국내에서 WTO 분쟁사건 수행… 한국 정부 대리해 승소 이끌어내
동남아시아 진출 기업 자문도 진행


19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의 법무법인 세종의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 그는 “규제 대응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고급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6년 전인 1983년 법무법인 세종의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사무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던 기억이 선합니다. 해외 증권 사건을 휩쓸면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불려 경쟁사들이 두려워한 적도 있죠.”

19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 있는 법무법인 세종 회의실에서 만난 김두식 대표변호사(62·사법연수원 12기)는 세종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며 “창업 세대의 열정과 패기를 갖고 다시 한번 ‘원팀(One-Team)’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맞고 있다. 올 2월 디타워에 새 둥지를 틀고 ‘제2의 광화문 시대’를 열었다. 3월엔 세종(SHIN&KIM)의 설립자 중 한 명이자 2006년부터 7년간 경영전문 대표변호사를 맡은 김 대표가 복귀해 도약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래는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원팀으로 전방위 ‘규제 대응 플랫폼’ 구축”


―대표로 복귀한 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요
.

“세종 멤버로 변호사 생활을 한 36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아요. 열정과 패기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인의식을 회복하는 단합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로펌이 힘을 발휘하려면 개인의 개성과 성과도 요구되지만, 구성원 전체가 원팀, 원 파트너십으로 똘똘 뭉쳐 시너지를 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파트너십 구조에도 변화를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협력하면서 팀·그룹 단위로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파트너십 구조도 개편해 연차에 따라 지분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성과 중심으로 개편했습니다. 올해 성장을 위한 바닥을 다졌다면 새해에는 결실을 보리라 기대합니다.”

―새해에 기업들은 어떤 법률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까요.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자리에 앉자마자 ‘규제’ 대응에 대한 고충을 호소합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규제 대응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늘었다는 걸 체감할 정도입니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더해 주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시장 변화에 따른 면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최저임금,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문제 역시 점차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어 준법 경영이 더욱 중시될 겁니다.”

이 대목에서 김 대표는 로펌 비즈니스를 크게 ‘거래’와 ‘규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인수합병(M&A), 금융 계약 등을 다루는 거래 영역에 비해 최근엔 주주 변경 승인, 공정거래, 노동, 검경 수사 대응 등 규제 분야에 대한 로펌의 대응 역량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부의 기업 정책 무게중심이 ‘공생’과 ‘배분’으로 이동하면서 기업은 규제와 변화 적응 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세종은 방송정보통신, 공정거래, 헬스케어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규제 대응 플랫폼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투자의 방점은 어디에 두는지요.


“로펌의 투자는 ‘사람’입니다. 올해 변호사를 70여 명 추가 채용해 변호사 수만 460명에 이릅니다. 올해 못지않게 내년에도 전문성을 가진 고급 인력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조세와 규제 분야 전문 인력도 보강했는데, 곧 외부에 알려질 겁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신입 변호사들도 선배 변호사들과 긴밀한 접촉으로 비전을 공유합니다.”

―입법 대응 역량에 따른 기업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종은 국회와 2020년도 공식 자문로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법률 적용과 해석을 비롯해 각종 입법 규제에 대한 종합적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또 신설된 세종의 ‘입법규제감사자문팀’이 법률 입법·개정·해석 서비스 등을 지원합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에 더해 금융, 개인정보, 공정거래 등을 망라한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 WTO 사건 승소, 국제분쟁팀 활약


세종은 올해 유력 법률매체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ALB)가 선정하는 ‘2019년 한국 법률 대상’에서 총 8개 부문을 수상했다. 방송정보통신과 건설 부동산 부문에서 각각 ‘올해 최고의 로펌상(Law Firm of the Year)’을 받았다. 또 △인수합병(M&A) △채권시장 △프로젝트 파이낸스 △부동산 분야에서 ‘올해 최고의 거래상(Deal of the Year)’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있는 데다 전문성을 가진 우수한 인재 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145개 그룹, 40여 개 분야별 전문팀이 사안에 따라 치열한 토론을 거쳐 유기적으로 협업한다”고 했다.


―올해 국제분쟁그룹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국제분쟁그룹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지아에서 진행 중인 1조 원대 수력발전사업 관련 분쟁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인도정부를 상대로 한 4000억 원대 국제투자분쟁에서 국내기업의 소송 대리인으로 수행 중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하는 소송도 다수 진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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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사건을 수행했어요.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유정용강관 반덤핑조치 관련 WTO 제소 사건,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대해 한국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자 일본이 WTO에 제소한 사건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해 승소했습니다.”


―해외 법률시장,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눈에 띕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에 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9월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사무소를 열었어요. 이대호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세종 변호사들과 인도네시아 현지 로펌(AKSET)이 협력해 자문하는데 분쟁과 중재, 현지 기업 진출 건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김 대표는 줄곧 ‘원팀’과 ‘새로운 도전’을 강조했다. 서울대 법대 76학번인 그는 “법원, 검찰이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말고 국제 업무 영역으로 시야를 넓히고 새 길을 개척하라고 하신 고 백충현 교수(전 국제중재재판소 재판관)의 말씀이 마음속에 씨앗처럼 남아있었다”고 했다. 판사나 검사를 거치지 않고 변호사로 바로 개업하는 게 드물던 시절 김 대표는 국제중재와 국제통상법의 대표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연수원 12기에는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김용덕 김신 박병대 전 대법관, 박시환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전 대법관) 등이 있다.

“1983년 그때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다시 대표로 뛰는 이유도 패기와 열정을 되살리는 데 있을 겁니다. 한번 해볼 만하다 자부합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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