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잔 한가득 낭만 한 잔 하세요∼”

이스탄불=김동욱 기자

입력 2019-12-28 03:00:00 수정 2019-12-28 03: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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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터키 이스탄불|

오래된 주택가이자 빈민촌이었다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이 들어선 발라트 지구.
‘○○○의 가로수길이나 서촌은 어디인가요?’ 최근 해외여행 전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누구나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 상점이 모인 핫플레이스를 가보고 싶어 하는 것. 유럽과 동양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울린 터키 이스탄불에 최근 특색 있는 장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스탄불 핫플레이스 여행.


유럽 지구의 서촌과 홍대, 달맞이고개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북서쪽에 있는 발라트는 이스탄불의 서촌으로 불릴 만하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유대인, 기독교인 등 소수 민족이 거주하던 곳


으로 오래된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4, 5년 전부터 이곳에 예술인들이 창고 등을 빌려 전시회를 열면서 예술인 지구로 탈바꿈했다. 이젠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도 꼭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숯불에 천천히 끓여 만드는 터키 커피. 안에 가루가 있어 마지막에 조심히 마셔야 한다.
발라트는 서울의 서촌처럼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다. 오래된 사원과 알록달록한 목조 주택, 골동품 가게, 자갈길 등 수백 년 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최신 유행의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 디자이너 숍 등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약간 복잡하게 얽힌 발라트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탐험에 가깝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광경이 계속 펼쳐진다. 갈라타 다리에서 2.5km. 걸어갈 만한 거리지만 인도가 좁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밤에는 알록달록한 조명이 골목을 비춰 낮과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베식타쉬는 이스탄불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 서울의 홍대 분위기다. 서울의 청담동과 비슷한 명품 거리인 니샨타시으에서 바다 쪽으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주위에는 이스탄불 공과대와 갈라타사라이대가 있어 해가 지기 시작하면 대학생들이 어느새 거리에 가득하다. 유럽식의 고풍스러운 3, 4층 높이의 건물들에 들어찬 최신 유행의 펍과 레스토랑, 카페가 즐비하다. 가게마다 내부를 개성 있게 꾸며 터키가 아니라 서유럽 도시를 방문한 느낌이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저렴하게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많다.

유럽 지구 골목을 더 돌아다니고 싶다면 카라쾨이가 좋다. 10년 전만 해도 위험해서 밤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힘들었지만 최근 서울 성수동처럼 오래된 창고와 건물들을 개조한 카페, 옷가게, 레스토랑이 많이 생겼다. 20, 30대 사이에 떠오르는 젊음을 상징하는 명소로 이스탄불의 유행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고개 같은 베베크에는 세계적으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스타벅스가 있다. 이곳 선착장에서는 1인당 8만 원 정도로 2시간 정도 보스포루스 해협을 도는 요트를 탈 수 있다.


아시아 지구의 가로수길과 광장시장

동네 주민들이 텃밭으로 이용하는 ‘쿠즈군주크 텃밭’.각종 영화와 광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유명한 곳이다.
쿠즈군주크는 보스포루스 대교에서 남쪽으로 800m 떨어진 동네다. 군사 시설과 자연보호구역 등에 둘러싸여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풍긴다. 주택들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높이도 낮아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가로수길 같이 왕복 2차선 도로 주위에 큰 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다. 이 곳은 15세기부터 유대인을 비롯해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 등이 살았던 곳으로 동네에 유대교 회당, 교회, 이슬람 사원이 모두 모여 있는 독특한 동네다.

자동차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잡한 해안길에서 쿠즈군주크로 1분만 걸어 들어가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조용함에 놀란다.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대부분 현지인들이다. 길을 따라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쭉 늘어서 있다. 야외 테이블에서 햇볕을 쬐며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골목 안을 살짝 엿보면 세탁소, 정육점처럼 동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할 법한 가게들이 있어 정겨운 느낌을 준다.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조그마한 정원이 눈에 띈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이 텃밭으로 이용하는 ‘쿠즈군주크 텃밭’이다. 알록달록한 오래된 저택과 교회, 사원, 텃밭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풍경이 꽤 낭만적이다. 독특한 분위기로 터키의 수많은 광고, 드라마,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정작 주위 저택에 살던 주민들은 촬영 소음을 견디지 못해 집을 모두 내놨다고 한다.

카드쾨이 시장은 유럽 지구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시장은 카드쾨이 선착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 시장의 좁은 골목에는 사람들이 가득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골목마다 서울 광장시장처럼 다양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지중해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파는 생선 가게, 우리의 김치 같은 발효 야채를 파는 절임 전문점, 다양한 과일을 파는 과일 상점, 터키 디저트인 로쿰 전문점 등 가게가 나올 때마다 신기함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미로처럼 골목들이 꽤 얽혀 있다. 그냥 보고 싶고, 먹고 싶은, 발이 향하는 곳으로 걷다 보면 큰길이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여행정보

팁+ △이스탄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전에 자신의 일정과 방문지 등을 고려해 카르트 교통카드(약1200원) 또는 2∼10회권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하루 정도 머문다면 5회권, 환승을 여러 번 한다면 카르트가 좋다. △택시 이용 전에 꼭 미터기를 사용하는지 확인해야한다. 현지인들은 호텔에서 불러주는 택시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귀국 때 기념품으로 많이 사는 로쿰은 단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디저트다. △길거리에서 파는 석류주스를 먹을 때는 오렌지와 섞어 달라고 하면 신맛이 조금 덜해진다.

감성+ △책: 순수 박물관(오르한 파무크·2008년) 44일 동안 사랑을 나눈 한 여자를 평생 사랑한 남자가 그녀와 관련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은다. 이스탄불에 작가가 직접 만든 순수 박물관도 있다. △영화: 테이큰2(올리비에 메가통 감독·2012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엄 니슨의 활약을 그렸다. 이스탄불 시장과 모스크 등이 나온다.

여행지 지수 (★ 5개 만점)

△핫플레이스 탐방하기 ★★★★★
△멋진 카페, 음식점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기 ★★★★★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맛보기 ★★★★★
△지중해를 바라보며 노을 즐기기 ★★★★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실천하기 ★★★★

▼ 이스탄불 신공항 1단계 문 열어…완공 후엔 세계 최대 규모 ▼

터키 이스탄불 신공항이 4월 문을 열었다. 현재 1단계 공사가 끝난 상태로 활주로 두 개를 가 진 이 공항은 연간 9000만 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2023년 모든 공사가 끝나면 활주로 5개, 연간 2억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이 된다. 넓이만 7600만 m²로 여의도의 약 26배다.

공항은 도심에서 약 35km 떨어진 서북쪽에 있다. 도심까지는 공항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쇼핑과 숙식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도 눈에 띈다. 이스탄불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이용하는 터키 항공은 인천∼이스탄불 노선을 현재 주 11회 운항 중이다.
 
이스탄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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