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분위기의 연말… 우울증 환자가 더 늘어나는 이유는?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19-12-25 16:23 수정 2019-12-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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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년

12월에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가 더 늘어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을 보며 외로움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도시민의 외로움과 고독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림은 야심한 밤 뉴욕 맨해튼 거리에 있는 작은 식당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삼각을 이루는 기다란 바테이블에는 세 명의 손님이 앉아 있다. 이들은 술이나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여기서 밤을 샐 모양이다.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의 손엔 샌드위치, 옆에 앉은 남자의 손엔 담배가 들려있다. 커플로 보이지만 서로 대화나 정서적 교감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얀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만이 이들을 응대하고 있다. 또 다른 남자는 테이블 코너 쪽에 혼자 앉아 있다. 요즘말로 ‘혼족’이다. 한 공간에 있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그저 자신의 외로움을 각자 달래고 있을 뿐이다. 환한 실내조명은 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더 부각시킨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로 평가받는 호퍼는 사실 10년 이상의 긴 무명 생활을 거쳤다. 대도시 뉴욕에 살면서 누구보다 외로움과 우울함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림 속 손님의 모델도 화가 자신과 그의 아내다. 호퍼는 이 그림을 1941년 12월에 시작해 이듬해 1월에 완성했다. 그때도 크리스마스는 찾아왔을 테고, 연말연시는 들뜬 분위기였겠지만 전쟁으로 세계가 우울하던 시기였다.

전쟁이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듯 외로움 역시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친다. 우울할 땐 내 마음이 곧 전쟁터다.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외로움 장관까지 두고 있다. ‘혼술’ ‘혼밥’ 등 혼자가 트렌드가 되고 외로움이 마케팅의 대상이 된 시대, 마음을 나눌 단 한사람의 존재가 더욱 귀하고 간절해진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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