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로 변신하려 태닝까지 했죠”

김기윤기자

입력 2019-12-20 03:00:00 수정 2019-12-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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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디가드’ 주연 김선영

김선영은 “후배들은 제가 무대 체질이라지만 20년째 무대에 서도 울렁증은 여전하다. 관객들이 집중하는 눈빛을 보고 나서야 떨림이 짜릿함으로 바뀐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팝을 좋아하는 오빠들을 따라 어릴 때부터 노랫말을 흥얼거리던 소녀.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1999년 첫 무대에 올랐다. 올해로 무대에 선 지 딱 20년이 됐다. ‘뮤지컬 여왕’이 된 소녀는 평생 꿈꾸던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으로 변신했다.

김선영(45)이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팝스타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았다. 마론은 동명의 원작 영화(1992년)에서 휘트니 휴스턴이 가창력을 유감없이 선보인 역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6일 만난 그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이렇게 원 없이 불러볼 기회가 또 있을까. 몇 차례 공연을 했는데 모든 순간이 감격스럽고, 개인적으로도 큰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은 스토커의 위협을 받는 최고의 팝스타와 보디가드의 사랑을 그렸다. 원작 영화를 각색해 치밀한 서사보다는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에 무게를 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특히 마론 역은 넘버의 80%가량을 소화한다. 2012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뒤 2016년 한국에 상륙했고 3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았다.


김선영은 ‘도전’이란 말을 자주 했다. 그중 하나는 태닝. 배역과 외향적으로 더 닮기 위해, 그리고 무대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모든 걸 흡수하고픈 열망에 공연 전부터 태닝숍을 수시로 찾았다. 그는 “데뷔작 ‘페임(Fame)’에서도 태닝을 했는데, 꼭 20년 만에 다시 피부를 태웠다”며 갈색으로 그을린 손목을 들어 보였다.

의상도 새로운 도전이다.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그의 눈에는 노출이 심하단다.

“무대에서 이런 옷을 입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처음에는 버거웠지만 그냥 저를 놔버리고 즐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건 체력 소모. 장면 전환 때마다 의상을 빨리 갈아입어야 하고 노래와 함께 역동적 안무를 해야 해 쉴 틈이 없다. 그는 “춤, 안무 욕심이 없던 제가 40대에 이런 배역을 하는 건 확실히 쉽지 않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런 역할을 언제 해 보겠냐”며 웃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른 배우들도 함께 체력적 고통을 호소한다. 그 덕분에 전우애로 뭉친 출연진은 연습실과 백 스테이지에서도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김선영은 “‘보디가드’에서 유달리 모두 끈끈하게 뭉쳐 있다. 무대에서도 ‘찰떡 케미’가 잘 발휘되고 있다”고 했다.

2008년 즈음 팬들이 지어준 ‘퀸선영’이라는 별명은 지금도 여전하다.

“‘팬들도 몇 년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 무대에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왕관의 무게’가 늘 새로운 도전의 동력이 된답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One Moment in Time’. 극 중 의지하던 이들이 떠난 후의 애절함과 화려함 뒤에 숨겨진 외로움이 담겼다. 그는 “인물의 서사와 감정이 쌓이다 보니 이 넘버를 부를 때 가장 감정이 벅차다”고 했다.

그는 같은 디바로서, 배우로서 휘트니 휴스턴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을 노래한다’는 느낌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배우는 외로운 직업입니다.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쓸쓸한 일이거든요. 김선영 버전의 휘트니 휴스턴을 연기하며 한번 더 성장하고 싶어요.”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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