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 마트 3사 내년 새 매장 ‘0’… “규제보다 혁신정책 필요”[인사이드&인사이트]

신희철 산업2부 기자

입력 2019-12-20 03:00:00 수정 2019-12-20 16: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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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 힘겨운 부활 몸부림
작년 매출, 온라인 쇼핑의 절반… 점포 리뉴얼도 쉽지 않은 상황
월2회 휴업에 영업시간도 제한… 외국계 자본 온라인 업체만 웃어
마트, 고용 확대-中企활로 역할도… “사업모델 혁신해야 유통업 윈윈”


19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시장 확대와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 3사는 초저가 상품을 늘리는 한쳔 온라인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신희철 산업2부 기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가 모두 내년에 단 1개의 점포도 새로 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3개사의 신규점 출점 계획이 모두 ‘제로(0)’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형마트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는 더 이상의 외형 확대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내년부터 수년간 신규점 출점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대형마트 3사는 최근 온라인 시장 성장과 경기 악화 속에서도 신규점을 열며 고객 접점을 확대해 왔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너무 좋지 않아 신규점 출점은 고사하고 점포 리뉴얼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핵심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자원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서울 창동에 이마트가 처음 들어선 후 후발주자들이 가세하며 매장 면적 3000m² 이상의 대형마트는 20년 넘게 성장세를 이어왔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카르푸의 ‘대형화’ ‘초저가’ 시스템이 국내에서 확산하자 소비자는 열광했다. 전국 어디서든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 민주화’를 이뤘다는 평가도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28조3864억 원이던 대형마트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며 2014년 47조4797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 유통공룡, ‘터치’에 쓰러지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하며 한때 유통공룡이라고까지 불렸던 대형마트의 하락세가 시작된 것은 불과 5, 6년 전부터다. 쿠팡, 이베이, 마켓컬리 등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초저가, 총알 배송 전략으로 소비자들은 점차 대형마트 방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손쉽게 모바일 터치 몇 번만으로 신선식품을 비롯한 무거운 생필품 등이 집 앞에 빠르게 배송되는 편리함을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32)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살 경우 가장 믿을 만한 백화점을 찾지만 대형마트 상품은 모두 온라인에서 구입해도 상관없다”면서 “대형마트를 직접 찾는 게 촌스러운 소비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2007년 21조2940억 원이던 온라인쇼핑 매출은 2015년 46조7888억 원으로 급속 성장하며 같은 해 대형마트(32조7775억 원)를 처음 추월했다. 지난해의 경우 온라인쇼핑 매출(70조3227억 원)은 대형마트(33조4536억 원)의 2배가 넘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외형 성장에 의존하다 보니 이커머스에 더욱 빠르게 추격당한 것”이라며 “국내 경제 성장이 둔화된 데다 1인 가구 비중이 늘며 온라인에서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소량으로만 구입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초저가 경쟁과 온라인 사업 투자로 맞서고 있지만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12년 7350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4628억 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3분기 기준(1∼9월)1606억 원에 불과하다. 롯데마트도 2016년 970억 원의 영업적자를 본 데 이어 2017년에는 22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도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 3208억 원에서 2018 회계연도에 1090억 원으로 줄었다.


○ 활로 찾지만 각종 규제도 발목 잡아

대형마트들은 다각도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마트는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초저가 전략’을 장기적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8월 도입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 대표적으로, 물티슈 생수 치약 등 생활필수품을 대량 매입해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당장 남는 게 적더라도 마트로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고 체류 시간을 늘려 연계 상품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이마트는 체험형 가전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 등 특화 매장을 늘리고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에서의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직접 기획해 주문 제작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내년 상반기에 출시되는 롯데그룹 통합 모바일 앱 ‘롯데ON’ 입점을 준비 중이다. ‘통큰 치킨’ 등 고객 반응이 뜨거웠던 히트 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확대 중이다. 아울러 전국 140개 점포를 지역별 온라인 물류센터로 활용해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PB가 대부분 중저가 브랜드인 것과 달리 최근 프리미엄 PB 브랜드 ‘시그니처’를 론칭해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형마트에 정부의 ‘규제’는 넘어야 할 장벽이다. 유통 시장의 패권이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는데도 정부 규제가 국내 대기업 계열 오프라인 점포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기 때문이다.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인 쿠팡, 이베이코리아, 티몬 등 온라인쇼핑 업체는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일 준수와 영업시간 제한(0시∼오전 10시) 규제를 받는다. 2012년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폭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조치다.

이 같은 조치의 영향으로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일엔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없고 영업시간이 아닌 경우 새벽배송도 할 수 없다. 또 점포 면적이 3000m² 미만이어도 대기업 계열이면 ‘준대규모 점포’에 해당돼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를 받는다. 신규 점포 출점이 불가능한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도 반경 1km에서 2km로 확대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배송 시스템에 투자해도 쿠팡 등의 경쟁자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통시장 상인을 보호하겠다며 마련된 규제의 수혜를 온라인쇼핑 업체에 투자한 외국계 자본만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 대형마트 혁신에 정부도 힘 보태야

학계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형마트를 무조건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쇼핑과 달리 대형마트는 지역의 상징적인 시설로 지역의 고용 창출, 지역 농가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1개를 개장할 때마다 수백 명의 고용이 지역을 중심으로 창출된다”면서 “대형마트는 기술력이 있지만 재원이 부족한 강소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창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 입점 상품 중 농수산, 축산의 경우 약 80%를 중소기업이 납품하고 있다. 또 이마트가 초저가로 대량 주문해 판매 중인 ‘국민가격’ 상품도 대부분 중소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프라이팬을 생산해 주로 일본에 수출하던 근로자 40인 미만의 ‘창보이노텍’은 올해 한일 관계 악화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국민가격 프라이팬을 8월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15만 개 판매하며 재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과거에 도입된 대규모 점포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월 ‘대규모 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유통업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대규모 점포 규제 전 10%대에서 최근 절반인 5∼6%로 떨어진 데다 소비 침체까지 겹쳐 업태 전반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업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를 통해 대형마트 영업이 제한받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기보다 쇼핑을 포기하거나 모바일 쇼핑이라는 대안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도시 재생 같은 인센티브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유통업체와의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해외 유통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과 사업모델 혁신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도하고,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서비스도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유통산업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철 산업2부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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