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압차 국산화’로 특수차 업계 주도해 내년 글로벌기업 도약

동아일보

입력 2019-12-18 03:00 수정 2019-12-18 11:3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경기도 안산 소재의 특수 차량 전문생산 기업 ㈜신광테크놀러지는 방송중계차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검진 차량, 소방용 차량, 경찰용 차량, 교육용 차량, 장애인용 특수차량 등 민간 특수목적 차량과 군용특수 차량 등을 소량 다품종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재난재해 솔루션과 양압차량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밝히는 기업으로 주목되고 있다.

(왼쪽부터)지휘본부 차량, 이동전개형 의무 셸터, 양압 차량, 대민 지원 차량

○ 특수차 국산화로 저력 발휘

신광테크놀러지는 올해 초 국내 최초로 양압 차량 개발을 마치고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아직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양압차는 공기 중에 질병이나 화학물, 방사능성물질이 노출되었을 때 밖의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차량으로, 외부 공기를 필터를 통해 차량 안으로 공급하고 내부 공기는 압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제작 과정이 까다롭다. 그동안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분야다. 양압차의 개발로 현장의 안전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화학물질 확산 및 피해 방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광테크놀러지 이만근 회장은 “우리 회사가 처음으로 국산화를 시작해 질병관리본부에 납품하고 있다”며 “양압차 개발과 더불어 정부지원 사업 과제로 안산시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함께 양압 차량 시험 테스트장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 전무한 대형환경시험검사장 챔버 시스템을 갖춰 국내 최초로 양압차량의 정밀측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엔 재난재해 분야 특수차량 솔루션을 제공해 나가고 있어서 주목된다. 지진 및 재난재해 발생 시 지휘본부 차량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차량을 함께 투입해 위성 또는 드론을 통해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 후 즉시 재난재해를 신속하게 복구하는 솔루션이다. 현장 상황 파악 및 진두지휘를 하는 지휘본부 차량과 부상자 진료가 가능한 이동전개형 의무 셸터(훈련과 전시 중 야전병원 차량), 위험물 확인과 분석이 가능한 양압 차량, 그리고 급식차, 세탁차 등의 대민 지원 차량으로 구성되었다. 이 회장은 “다양한 차량을 함께 투입해 현장을 신속하게 복구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신규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수차 자체 제작과 시스템 개발이 가능했던 건 회사가 갖춘 높은 연구 역량 덕분이었다. 신광테크놀러지는 연구개발 전담부서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40명이 넘는 전문기술 엔지니어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이미 7개의 특허를 취득했고, 국내 100여 개 업체만 인증받은 국방품질관리시스템(DQMS)을 가장 잘 운영하는 업체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신광테크놀러지 사옥.

○ 위기 딛고 혁신으로 일군 특수차 名家

1985년 설립된 신광테크놀러지는 이 회장이 2012년 회사를 인수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인수 당시 회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특수차량 업계의 고질적인 열악함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많았고, 신광테크놀러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회사에 드리운 어려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이 회장은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혁신을 키워드로 회사를 탈바꿈시켰다.

이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다 하는 혁신은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혁신 위에 혁신만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한 단계 높은 혁신은 많은 노력과 희생이 따르지만 그 한계를 넘어섰을때 비로소 나만의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차량이라면, 출하 날짜가 임박해도 제작을 중지하고 다시 제작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시 사용되는 비용을 아까워하기보다 완벽한 품질을 향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이 회장은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직원들은 더욱 완벽한 제품 제작을 위해 노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 사이에서 ‘신광테크놀러지 제품은 최고다’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후관리에 공을 들이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신광은 1년에 한 번 AS기간을 정해 고객에게 공문을 보내 접수한다. 고객이 직접 방문하지 못한다면 출장AS까지 시행하고 있다.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시스템이었다. 고객 수가 늘어나고 고객만족도도 높아졌다. 매출 증대도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목표 매출은 400억 원으로 조직을 개편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토대를 준비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는 설명이다.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과 중동 쪽으로 수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군 관련 방탄차와 의료검진차량, 의무 셸터의 호응도가 높은 상태라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새롭게 시장을 개척한 재난재해 특수차량 솔루션 분야에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신광테크놀러지의 2020년이 더욱 기대된다.


▼ 이만근 회장 인터뷰 ▼


“혁신의 시작?… 고정관념부터 벗어나라”

신광테크놀러지 이만근 회장은 현 회사를 인수하기 전 액정표시장치(LCD) 부품 회사에서 부품 국산화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경영인이다. 그가 인수합병을 통해 2012년부터 새롭게 도전한 영역이 특수차량 업계였다. 특수차 분야서도 국산화를 어젠다로 내걸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혁신을 늘 중요한 가치로 삼고 경영의 첫머리에 두고 있는 이 회장은 품질관리 및 사후관리와 같은 제품 관리 영역부터 회사 브랜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폭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공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올 블랙 콘셉트의 회사 사옥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신광테크놀러지는 2017년 안산 스마트 허브 내에 6000평 규모의 신공장으로 이전하며 사옥의 콘셉트도 깊이 고민했다고 했다.

‘올 블랙’ 콘셉트는 공장 하면 떠오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회장은 기존 고정관념을 지워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마케팅의 의미도 있었다고 했다. 차별화된 외부 모습은 시선을 잡아끌고,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검은색’이 가지고 있는 강인하고 강직한 느낌처럼 치수와 품질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또한 표현했다.

한편 이 회장은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리더십과 판단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의 오너는 절대 군림하면 안 된다. 직원이 ‘할 수 없다’라고 말할 때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는 인물이 오너”라며 “인수 당시 회사는 직원들의 불신이 깊고 단합도 되지 않았다.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관념이 바뀔 것이라 생각해 환경 정비를 시작했고,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많은 강의를 펼쳤다. 여전히 혁신을 통한 변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이슈가 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의 경우 근무 시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 업종별 근무 시간 조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또한 작은 기업일수록 목소리가 작은 법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