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휴학 도입해 ‘한국의 잡스’ 키우고, 취업성공 선배가 멘토로

최예나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19-12-12 03:00 수정 2019-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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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년드림대학 평가]‘취업률 빼고 봐도 우수’ 15개 대학
동아일보-고용부-마크로밀엠브레인 공동평가


취업·창업 지원, 진로지도 역량이 뛰어난 대학들은 선후배 네트워크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계명대는 창립 120주년을 맞아 올 5월 동문 139명으로 이뤄진 계명진로취업멘토단을 결성했다(위쪽 사진). 한양대는 졸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사와 세무 등 창업에 꼭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는 ‘한양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각 대학 제공
‘마피아42’

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즐긴다고 한 모바일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800만 명이 넘는다. 이 게임을 만든 기업 ‘팀42’의 지난해 매출은 40억 원에 이른다. 팀42의 대표(27)는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2학년 나성수 씨다. 나 씨는 2014년 재미삼아 게임을 만들었다가 이용자가 늘어나자 2016년 아예 회사를 차렸다. 이제 직원 20명이 일하는 회사로 컸다.

나 씨가 게임 개발과 회사 운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학교가 ‘창업 휴학’을 인정해준 덕분이다. 나 씨는 2012년 1학기를 마치고 올해 1학기까지 7년을 휴학했다. 일반·병역 휴학을 제외한 2년이 창업휴학이다. 휴학 중에도 나 씨는 종종 학교를 찾았다. 인사와 재무 세무 등 창업에 꼭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는 ‘한양 스타트업 아카데미’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나 씨는 “사회 경험이 없어 법인을 설립하는 절차나 세금 처리, 직원 관리 등을 전혀 몰랐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순수 역량’ 돋보인 대학

최우수 및 우수 청년드림대학을 분류할 때 학생들의 분야별 만족도와 취업률, 취업유지율을 반영한다. 하지만 취업률은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여건이나 명성 등에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대학의 온전한 역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생 만족도와 취업률, 취업유지율을 빼고 대학의 진로·취업·창업 지원 역량이 우수한 대학 15곳을 따로 꼽았다. 계명대와 한양대 순천향대 선문대 동의대 가천대 동국대 동명대 대구대 국민대 호서대 광주대 대구한의대 인하대 중앙대다.

KT&G에서 근무 중인 이호선 씨(35)는 올해 ‘계명 진로취업 멘토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 씨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금융 유통 제조업 분야의 40세 이하 현직 졸업생 139명이 멘토로 위촉됐다. 자신이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에 선배가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든든한지 이 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후배들은 서울지역 대학생이 아니니 ‘내가 이런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안 돼’ 라고 생각할 때 나는 실제 졸업생으로서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조언한다. 직무나 복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후배들은 이 씨의 설명을 듣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한양대는 2009년 벤처기업 대표 출신인 류창완 교수(창업지원단장)를 영입했다. 대학 최초로 창업교육기관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류 교수는 실제 창업을 한 학생이 ‘창업 현장실습’을 신청하면 본래 전공의 이수학점을 최대 15학점까지 줄여주는 등 현장에서 꼭 필요한 지원책을 꼼꼼히 마련했다. 본인이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도였다.

창업과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졸업생 교육도 류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팀42 대표 나 씨가 참여했던 한양 스타트업 아카데미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재학생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류 교수는 “자동차를 잘못 만들면 리콜 하듯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경우에는 재교육을 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 학생 재능 찾아내는 비결도 눈길

순수 역량이 뛰어난 대학의 특징 중 하나는 진로 개발과 취업 성공을 위해 학생 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대구한의대 건축디자인학부 김성조 교수는 몇 년 전 한 학생을 만났다. 입학 때부터 결석이 잦고, 말수도 없어 늘 마음이 쓰였던 학생이었다. 직접 만나보니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성격인 건 맞지만 남다른 점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설계보다 시공을 하고 싶다’는 분명한 꿈을 갖고 있었다. 특히 한옥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다.


김 교수는 학생이 ‘선비의 도시’로 알려진 경북 성주군 출신인 걸 확인하고 전통건축을 배우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나중에 국가지정문화재를 수리하는 회사를 소개해줬고 결국 채용까지 이어졌다. 학생 자신도 모르고 있던 재능을 찾아 현실화시켜 준 김 교수는 취업전담교수다. 대구한의대는 2011년부터 각 학부나 학과마다 취업전담교수를 한 명씩 배정해 진로 상담과 취업을 책임지게 한다. 상담 과정에서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학업에 흥미가 없는 학생을 발견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부서에 연결해준다. 기업에서 채용 추천을 의뢰하면 적절한 인재를 찾아주는 것도 취업전담교수의 몫이다.

교수 입장에서는 수업, 연구활동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최근 대학생 진로지도 강사 2급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학생 진로 선택과 취업 지도 역량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공부하고 있고 자격증도 취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청년드림대학에 처음 이름을 올리며 최우수에 선정된 동명대는 순수 역량에 있어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학교 자체의 지원 체계와 교과과정, 학생들의 만족도, 취업률 등이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홍섭 동명대 총장은 “설립 초기부터 산학협력을 교육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며 “요즘은 이런 교육이 더 중요한 만큼 교수들이 산업 현장 전문가와 더 연구해 학생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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