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드라이브 건 젊은 오너들

서동일 기자 , 배석준 기자 , 강승현 기자

입력 2019-11-30 03:00:00 수정 2019-11-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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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정기인사 ‘인사혁신’ 바람

“그동안의 성적표는 창고에 넣어 두고 2020년부터 새 출발선 앞에 서자는 뜻이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계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이같이 설명했다. LG를 신호탄으로 한 재계의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단연 세대교체와 변화다. 재계에 3, 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조직문화 및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산업과 산업의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도 반영됐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2020년 임원 인사를 발표한 LG그룹은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화학, LG전자, LG유플러스, LG CNS 등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모두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내년 LG그룹 주요 계열사 CHO의 평균 나이는 52세로 올해(55세) 대비 약 3세가 낮아진다.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김이경 ㈜LG 인재육성담당은 LG 내 미래사업가 육성체계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여성 임원이다.


구광모 ㈜LG 대표가 ‘인사팀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은 인사제도 개편과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구 대표의 ‘갈증’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CHO는 기업 내 인재개발과 육성, 관리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인사 조직부터 확 바꿔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LG 관계자는 “조직 내 인사 담당 부서는 가장 보수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최고경영자(CEO)가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변경하거나 자율좌석제를 마련하는 등 아이디어를 내도 인사 담당 부서의 의지가 없으면 실현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와 조직문화 혁신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한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도 이날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발표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삼성 SK 롯데 등 12월에 인사를 발표할 그룹들은 변화와 쇄신에 걸맞은 교체 범위를 두고 막판 판짜기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온라인 시장 확대로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젊은 피’ 수혈을 통해 혁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960년대생들을 핵심 경영진에 전진 배치했다. 신규 선임된 류성택 현대HCN 대표는 1968년생이다. 지난달 인사를 단행한 이마트 역시 1957년생인 이갑수 전 대표보다 12세나 어린 1969년생 강희석 대표를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장재영 신세계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를 신세계 대표로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 대표가 바뀐 것은 7년 만이다.

4월 조원태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는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석태수 부회장은 대한항공에서 물러나 한진칼 대표이사만 맡는다. 선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 사장도 퇴임하고 후임으로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노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조 회장은 임원 조직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면서 그룹 임원 수를 약 20% 줄였다.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를 동시에 꾀했다는 평가가 있다.

서동일 dong@donga.com·배석준·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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